이해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은 과거 동료이자 사업파트너로 한때 절친한 사이였다. 30년 전인 1986년 이 의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김 의장은 같은 대학 산업공학과에 입학하며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이 의장은 카이스트에서, 김 의장은 서울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잠시 이별(?)을 했지만, 둘은 1992년 삼성SDS에서 입사 동기로 재회한다. 6년의 세월이 흘러 김 의장은 먼저 퇴사해 한게임을 설립하고, 한해 뒤 이 의장은 네이버닷컴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곧 의기투합했다. 야후와 라이코스 등 인터넷기업에 대항하고자 이 의장은 김 의장의 한게임에 합병을 제안해 2001년 NHN을 설립했다. 하지만 NHN이 성장하는 동안 한게임 출신들은 대거 회사를 떠났고, 2007년 김 의장도 NHN을 떠나 이듬해 카카오를 설립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무기로 모바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갔다. 포털에 집중하던 이 의장도 2011년 6월 메신저 ‘라인’을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2014년 10월에는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해 몸집을 불리며 본격적인 라이벌전에 돌입했다.
2015년 주가 라이벌전은 무승부였다. 지난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각각 7.58%, 6.31%로 나란히 하락세를 보였다. 양사는 ‘페이’와 카카오택시 등 신규 O2O(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를 대거 선보이며 매출을 증가시켰지만, 비용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 탓에 영업이익이 주춤했던 까닭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들의 주가는 엇갈리는 모습이다. 네이버의 주가는 올 들어(1월 4일~5월 17일) 9.81% 증가했다. 2월 중순의 저점보다는 24.82% 상승했다. 특히 지난 9일과 10일 이틀 연속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해 시가총액 11위에 불과했던 네이버는 7위까지 뛰어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카카오는 8.85% 추락했다. 작년 초 18만원을 넘나들던 카카오의 주가는 최근 10만원대로 떨어졌다.
실적이 이들을 갈랐다. 카카오가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신사업을 내놓으며 비용이 크게 증가한 반면, 네이버는 해외 시장을 넓히며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카카오는 211억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7% 감소한 실적을 거뒀지만, 네이버는 25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1% 증가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게다가 향후 전망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네이버는 1분기 실적 개선을 시작으로 당분간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국내 광고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고, 라인도 타임라인과 라인뉴스를 통해 광고수입이 늘어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카카오는 신사업 추진에 대한 수익성 하락 우려가 여전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동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2분기 중 카카오 드라이버 등 신규 O2O 서비스를 대거 선보일 것”이라며 “하지만 본업인 광고와 게임부문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고, 실적 성장을 위해서는 신규 O2O 서비스의 성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