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 보셨습니까? ‘믿고 보는 배우’ 곽도원, 천우희가 주연을 맡아 제작 때부터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죠. 개봉 일주일 만에 관객 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하네요. 역대 5월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속도라 하니 가히 그 인기가 짐작이 갑니다.
될성부른 ‘곡성’의 떡잎을 가장 먼저 알아본 곳은 20세기 폭스인데요.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설스튜디오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6대 영화사 중 하나죠. 1935년 설립돼 ‘타이타닉’, ‘아바타’, ‘엑스맨’ 등 역대급 흥행작을 만든 곳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영화 소재가 풍부하고 뛰어난 감독이 많다. 앞으로 제작 편수를 2~3배 더 늘릴 계획이다.” 20세기 폭스 토머스 제게이어스 대표의 말입니다. 한국을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했네요. 우리 영화가 할리우드 대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생각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나도 한국 영화에 투자하고 싶다.”
기사를 읽으며 이런 생각하셨을 겁니다. 예전만 해도 엔딩 크레디트는 소위 ‘돈 있는 사람’의 것이었죠. ‘중소기업청’, ‘한국벤처투자’, ‘OO창투’와 같은 기관에 밀려 일반인이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누구나 영화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하면 되는데요.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화를 담은 영화 ‘귀향’이 대표적입니다. 이 영화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비 절반(약 12억원)을 마련했습니다. 투자의 목적이 ‘돈’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7만5000명의 후원자가 수익을 얻었죠. 세월호 참사를 다룬 ‘업사이드 다운’ 역시 크라우드펀딩이 없었다면 관객을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기대작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상업영화도 크라우드펀딩의 힘을 빌리고 있습니다. 7월 개봉하는 ‘인천상륙작전’은 IBK투자증권과 손잡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했는데요. 이정재, 이범수, 리암 니슨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기획 단계부터 관심은 끈 영화죠. 5억원 모집에 5억5200만원이 모였다 하네요
투자자들은 관객 수 500만명을 기준으로 10만명을 넘길 때마다 수익률 1%를 더 받습니다. 1000만 관객을 달성하면 최대 54.6%의 수익을 얻을 수 있죠. 물론 관객 수 500만명을 채우지 못하면 손실을 봅니다.
“크라우드펀딩, 누구냐 넌!”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대중(Crowd)과 자금조달(Funding)의 합성어입니다.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을 활용해 돈을 모으죠. ‘아이디어는 있는데, 돈은 없는’ 기업들이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자금모집과 보상방식에 따라 △후원ㆍ기부형 △대출형 △증권형(지분투자)으로 나뉘는데요. 후원ㆍ기부형은 말 그대로 보상을 바라지 않고 돈을 내는 것을 말합니다. 앞서 소개한 ‘귀향’과 ‘연평해전’이 후원ㆍ기부형을 통해 돈을 모았습니다.
대출형은 인터넷을 통해 개인으로부터 융자를 받는 일종의 P2P(개인 간 거래)입니다. 대출을 통한 이자수익이 주목적이죠. 오늘(19일) 개봉한 인도 영화 ‘전사 바후발리’가 대표적입니다.
증권형은 올해 1월 도입됐는데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투자’의 개념입니다. 문화ㆍ예술 분야에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시행된 건 ‘인천상륙작전’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마이너스(-) 7.2%.
기사를 읽고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라고 생각하셨나요? 찬물을 붓는 것 같지만 영화에 투자해서 수익을 얻기는 사실 좀 힘듭니다. 지난해 한국 영화는 275억원 손해를 봤는데요.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대로 접어든 건 2011년(-14.7%) 이후 4년 만의 일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보는 눈’이 중요합니다.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을 알아보는 ‘감각’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말, 영화 ‘곡성’ 관람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