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주)대성F&B 대표
해상구조물 제작사업 뛰어들어
주말에 어촌으로 출장가게 되면
가족들 민박집 재우고 현장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생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처럼 시장에서 자리 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주)대성F&B는 일반 사람들에겐 다소 생소한 해상(수상) 구조물을 제작하는 회사다. 수상 구조물은 말 그대로 물 위에 띄워 사용하는 시설물로 가두리 양식장, 부잔교, 선상 집하장, 수상 공원, 소파제 등 다양하다. 이런 구조물은 관급 공사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의 니즈를 파악하지 않으면 완성도 높은 제품을 구상하거나 만들어낼 수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해상 구조물 사업에 들어온 계기는 특별한 것이 없다. 군 제대 후 우연히 플라스틱(PE) 파이프 제작 관련 회사에 취직해 기술을 익힌 것이 시작이다. 당시만 해도 상수도관 이외에 특별히 사용처가 없던 PE-파이프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자연스레 그 방법을 국내외에서 찾아보게 됐다. 작게나마 ‘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열정을 가지고 연구하면서 내 일에 임하다 보니 어느덧 주위에서 나름대로 기술자라는 평판을 얻게 됐고 사업을 확장할 만큼 여러 곳에서 시공 요청이 들어왔다.
그때 이미 해외에서는 PE-파이프를 바다에 띄워 가두리 양식장 시설물로 활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스티로폼이나 드럼통, 나무 등을 사용하여 시설물을 만들던 때였다. PE-파이프를 부력체로 사용한 가두리는 환경오염 걱정이 없고 큰 파도에도 잘 견뎠다. 그러나 실수요자들은 높은 초기 투입자금의 부담으로 PE-파이프 양식시설에 쉽사리 마음을 내주지 않았다.
더구나 국내 양식 방법은 외국처럼 자동화 장비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수작업 양식이었다. 이에 국내 실사용자의 작업 환경을 고려해 PE-파이프 위에 PE-발판을 결합해 사람이 다니기 좋게 만드는 등 몇 가지 기술을 개발해 시설물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촌으로 주거지를 옮기다시피 하며 현장에서 이 시설물의 장점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자 노력했다. 제품을 팔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실수요자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들이 어떤 것인지를 구상할 수 있었다. 조류가 센 서해안과 너울파도가 주기적으로 오는 동해안에는 각각 다른 구조물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실수요자들의 이야기에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덕분에 가족들은 고생이 많았다. 주말도 없이 현장 출장이 많다 보니 가족과 함께 어촌에 가서 바닷가 민박집에 아이들을 재우고 나는 일을 하곤 했다. 새로운 구조물에 대한 구상을 실수요자들에게 간단한 도식으로 이해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에 아내가 직접 캐드와 3D맥스를 배우고 이미지화해 설명하곤 했다. 성능이 좋지 않은 컴퓨터로 디자인 프로그램을 돌리다 보니 아내가 종종 손에 쥐가 날 정도로 고생했다.
이처럼 자주 현장을 찾고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면서 실수요자들의 PE-구조물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레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태풍 매미가 지나간 후 기존 시설물들이 대거 파손된 데 반해 PE-파이프를 이용한 가두리 양식장은 온전히 견뎌내면서 내구성이 입증돼 실수요자들의 신뢰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실수요자들이 조금이라도 싸고 편하게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원가 절감과 편리성에 주안점을 두고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가족과 어민들, 그리고 함께 공사를 진행한 동업자들과 더불어 사업이 성장하면서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나의 믿음도 굳어졌다. 특히 실수요자들의 요구 사항이 결국 정책이 되는 것을 수차례 보면서 더욱 실수요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고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령화된 어촌공동체에 어선 접안이 편리하도록 부잔교를 만들었고 어촌 사업의 다변화를 위해 부유식 해상작업대, 이동식 바지선, 어촌의 수익 증대를 위한 부유식 낚시터, 해상공원 등도 제품화하게 됐다.
어민·공사 협력사와 함께 성장하며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 믿음생겨
수산·양식 분야 할 일 아직 많아
어촌·국가에 기여하는 기업 꿈꿔
2014년에는 일본 가고시마(鹿兒島) 어촌으로 출장을 가서 큰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자연 재해를 이겨내고자 가두리 양식장을 강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추세였지만 일본은 그 반대였다. 자연 재해를 피하자는 것이다. 파도가 센 해수면 부근에서 양식하는 것이 아니라 해저 중간층에서 양식하며 먹이를 줄 때만 끌어올리는 식이다. 이러한 아이디어에 국내 어업 현실을 접목해 자연 재해로부터 시설물과 양식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려한 정책 제안을 수산당국에 해놓은 상태다. 이것 역시 현장을 충실히 경험하며 얻은 통찰이다.
앞으로 국내 해양 수산업이 발전하려면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개발도상국 원조 사업차 알제리에 다녀왔다. 알제리 정부는 자국이 아프리카의 해양수산 강국이 되길 원한다. 우리 업체를 비롯해 여러 협력사가 함께 알제리에 진출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시설 기자재 수출에 있어서 선진화된 유럽국가와 경쟁하려면 단품종으로 전문화된 국내 기업들이 협력해 수출시장 활로를 개척하는 수밖에 없다. 이미 대형화된 유럽의 기업들이 아프리카 수산·양식 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처럼 아직도 해양 수산 분야에는 할 일이 너무 많다. 앞으로도 내가 기업을 계속해야 하는, 할 수 있는 이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사업장을 움직이는 것은 현장의 수요자들과 분야별 직원들이다. 우리 기술을 알아주는 수요자들은 물론이고 기술진과 뒤에서 받쳐주는 협력업체들의 역할 등이 가장 크다. 그래서 지금 내가 사업을 하는 데는 예전처럼 열정이 100%가 아니라 의무감도 절반 정도 차지하고 있다.
혼자 기업을 일궈갈 때는 갑작스레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집도 저당 잡히고 부실 규모가 커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제는 이 기업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므로 그런 부분에서 더욱 조심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항상 우리가 동업자임을 강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우리 회사가 존재할 수 있다고 독려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개발하며 나와 우리 직원, 그들의 가족은 물론, 어촌과 국가에 모두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김경진 대표는
1990.11~1997.06 ㈜동원프라스틱 근무(생산부 가공팀장)
1997.07~2004.03 중앙 PE 설립 및 대표
2004.04~2006.06 마린 씨엔피 설립 및 대표
2008.01~2010.01 ㈜엠디 대표이사
2010.02~현재 ㈜대성에프앤비 설립 및 대표이사(2015.01~)
◇㈜대성F&B는
1997년 국내 최초 노르웨이 퓨전마린 가두리 양식장 벤치마킹 및 시스템 도입(중앙 PE설비 제작)
1998년 국내 최초 PE 소재를 활용한 사각 및 원형 가두리 양식장 제작(현재까지 사용 중, 내구성 입증)
2003년 국내 최대 PE 내파성 가두리 개발·제작·시공(10M X 10M X 200칸)
2006년 PE 소재 가두리 양식장을 응용. 부잔교, 구조물용 기술개발·시공
2007년 해양낚시 공원 제작 외 PE 부잔교 시장 활성화 및 보급
2011년 해양 펜션, 해양 체험시설 시공 및 소파제 기술개발·시공
2012년 참다랑어 양식용 외해가두리 개발·시공 및 일본 수출
2013년 복합 패류 양식장용 가두리 개발, 시공 외해 수중침하식 밀폐형 가두리 개발
2015년 충격 완충 기능을 갖는 해상구조물용 브라켓 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