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 “정말 심각하다면 책임소재 먼저… 그래야 국민이 동의”

입력 2016-05-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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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

해운과 조선사 구조조정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이 참석하는 태스크포스(TF)인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 회의가 2차 회의까지 진행됐음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모습이다. 정부는 여전히 한은으로 하여금 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직접출자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은은 이 같은 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한은은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 즉 대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평행선상에서 회의는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이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한마디로 문제 접근에 대한 선후가 바뀐 데다 ‘지엽말단’ 문제에 매몰되면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 시급성·책임문제부터 따져봐야 = 우선 구조조정의 시급성부터 따져봐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사실상 20대 총선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온 ‘한국형 양적완화’ 공약에 덧씌워지면서 양적완화냐 구조조정에 따른 구제금융이냐 등을 놓고 불필요한 논란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얼마나 시급한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결국 돈을 풀겠다는 것인데 경제여건이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면 안 할 수 없다. 외국에서도 과거 대공황 때 한 바 있다”면서도 “지금 국책은행에 직접투자를 하니 마니 하는데 그런 시점인지에 대한 어떤 동의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고성장에 익숙해 있다 보니 자꾸 경기진작책을 쓰려는 것 같다”며 “다만 최근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부터 진지한 토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 같은 논란이 그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감독당국과 국책은행의 잘잘못을 덮는 계기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던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심각한 위기라면 책임소재를 먼저 물어야 할 것”이라며 “금융감독을 제대로 못 한 금융위원회에 일차적 책임이 있고, 채권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실기업 정리에 대한 시스템 개선 없이 지금과 같은 깜깜이 진행은 과거 투명하지 못했고 부패했던 독재정권 때보다도 못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 한은 출자는 곤란, 큰 그림 그린 후 책임소재에 따라 역할 해야 = 전문가들은 한은이 출자해야 할 만큼 현 상황이 위기인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상 한은이 출자로 가닥을 잡는 데는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역임했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경제혁신위원회 규제개혁분과 위원을 지낸 김태준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진짜 위기라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 한은이 산은이나 수은에 출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출자든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린 후 책임소재에 따라 각자 역할을 하면 될 것이라는 조언도 있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돈을 누가 어떻게 내야 한다는 논의에 앞서 구조조정을 어떤 식으로 하겠다는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나름대로 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 연후에 한은한테 도와달라거나 필요할 경우 국회를 설득하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후 각자 책임소재에 따라 가면 될 것”이라며 “달리 방법을 찾으려 하니 일이 꼬이고 반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점은 부실기업 정리라는 점에서 결국 법정관리 수준을 밟는 방안이 정도라는 말도 나왔다. 김태동 교수는 “부실기업 정리는 결국 법정관리로 가야 할 것이다. 법원이 해야 용선료 문제도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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