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영 아빠(이한위 분): 1년에 청첩장 두 번 돌려도 되나?
오해영 엄마(김미경 분): 욕먹지. 해는 넘겨야지.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또 오해영’의 한 장면입니다. 딸 오해영(서현진 분)이 ‘썸남’ 박도경(에릭 분)에게 도시락을 전하러 가는 모습을 보며 그녀의 부모님이 나누는 대화죠. 설령 그것이 ‘김칫국’이라 할지라도 딸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오해영 금수저네….”
어젯밤(23일) 드라마를 보는데 친구가 단톡방에 이런 말을 합니다.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1년도 채 안 돼 결혼식을 또 올리기 때문이랍니다. 평범한 서민 가정이라면 파혼에, 방까지 얻으면 돈이 바닥났을 거란 거죠. 자긴 언제 벌어 결혼하냐며 신세 한탄을 합니다. “드라마 보면서 분석하지 마”라고 핀잔을 주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오해영네 집 전 재산이 700만원이란 사실에 “금수저 아니네”로 대화가 끝나긴 했지만, 친구의 말처럼 우리나라에서 결혼하려면 ‘큰맘’을 먹어야 할 만큼 ‘큰돈’이 듭니다.
274,200,000원.
올해 초 웨딩컨설팅 듀오웨드에서 최근 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상대로 조사를 해봤는데요. 평균 예식비용이 2억7420만원이나 됐습니다. 1년 만에 3620만원(15%)이나 늘었다고 합니다. 중소기업(3890만원) 다니는 신혼부부라면 둘이 한 푼도 쓰지 않고 4년 가까이 모아야 하는 돈이죠.
자세히 살펴볼까요? 역시 가장 큰 부담은 집입니다. 결혼비용의 70%(1억9170만원)가 신혼집 마련에 쓰였습니다. 예식장(2080만원)과 예물(1820만원)ㆍ예단(1830만원)ㆍ혼수용품(1620만원)에도 각각 1000만원 넘게 들었고요. 스튜디오ㆍ드레스ㆍ메이크업을 묶은 ‘스드메’는 340만원, 유럽과 하와이 사이에서 고민하는 신혼 여행은 53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식장 계약부터 허니문 떠날 때까지 드는 돈만 8250만원입니다.
결혼할 땐 남자가 손해라고요? ‘집은 남자’란 인식 탓에 아직은 신랑의 예식비용(63%)이 좀 더 많기는 하지만, 신부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집을 포함한 남녀의 예식비용 분담은 각각 1억7270만원(63%), 1억140만원(37%)인데요.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성의 결혼비용 증가율(18%)이 남성(13%)보다 더 높았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작고 소박한 결혼식을 올리는 ‘스몰웨딩’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양가 부모님만 모시고 강원도 한 밀밭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원빈ㆍ이나영 부부, 결혼비용을 모두 어린이 병원에 기부한 안재현ㆍ구혜선 부부가 대표적이죠. 성인남녀 1000여명에게 물어본 결과, 80% 넘는 응답자가 스몰웨딩을 꿈꾼다고 하니, 결혼비용에 부담을 갖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네요.
인생 2막의 첫걸음을 내딛기 전부터 큰 산을 넘어야 하는 신혼부부 ‘현실’은 언제쯤 나아질까요? 끝이 보이지 않아 절망스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현진과 에릭의 결혼을 응원합니다. 비록 결혼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 하더라도 말이죠. ‘또 오해영’은 ‘리얼’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