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조선업②] 거제의 진실게임…“아직 괜찮다” vs “한계점이다”

입력 2016-05-26 10:29수정 2016-05-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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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장평동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산 넘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형 크레인을 중심으로 플로팅 도크 등 야드 일부가 보인다. (황윤주 기자 hyj@)
“죽어가는 기업 아니제.” “이미 명줄 다했다고 봐야 되지 않겠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몰려있는 경남 거제시 경기를 진단하는 지역민들의 시각차가 뚜렷했다. 연일 언론에 비취지고 있는 조선경기 불황의 현장 체감도는 상대적으로 덜 하다는 쪽과 이미 조선소 주변 상권부터 거제시 심장부, 더 나아가 부산광역시까지 악영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한때 ‘서울보다 땅값이 비싼 곳도 있었다’던 과거와 비교는 이미 호사스런 문구에 불과했다. 현재 가라앉은 체감경기를 장기 침체로 인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일 뿐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주로 조선소 관계자들이다. 반대로 조선소 주변 상권, 택시 기사 등 조선소 바깥의 사람들의 체감 경기는 훨씬 어두웠다.

◇대우조선 위기?… “아직 막장은 아니다” = 지난 23일 오후 기자가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야드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기계들과 기계를 장식하고 있는 부품의 정교함, 긴 바지에 작업화를 신고 기계 위에서 군무를 추듯 움직이는 근로자들이 시선에 들어왔다.

이어 특수선박을 만드는 도크에 근접하자 왠만한 빌딩보다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배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영국 정부 발주한 군함이라면 입을 연다 그는 “영국이 처음으로 외국에 발주한 군함으로 네덜란드에서 주문한 군함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특수선 물량은 10척에 달한다. 현재 3척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2~3년 동안 일감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생산직 근로자 A씨는 “특수선박 물량은 앞으로 2년치가 확보된 상황으로 지금의 위기는 해양플랜트에 집중된 것”이라며 지나친 위기 의식을 일축했다. 이날 야드 밖에서 만난 한 협력사 관계자는 “지금 거제가 다 망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사람을 못 구해서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서울(정부)에서 구조조정을 언급한 탓에 은행들이 조선 관련 업체에 대출을 안해준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도 물량이 많이 남아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수주가 안 되서 불안한 마음이 있지만 죽어가는 기업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야드 공개 안 하는 삼성중공업… ‘한계점?’ = 이날 기자는 삼성중공업이 있는 거제시 장평로로 이동했다.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 야드가 궁금했지만 정문조차 볼 수 없었다. 앞서 기자가 삼성중공업 본사에 야드 현장을 방문하고 싶다고 요청하자 “한번도 언론에 공개한 적이 없다”고 답을 준 까닭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에게 “채권단에서 야드가 비어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때문이냐”고 묻자 그는 거제조선소가 한눈에 들어오는 인근 산으로 안내했다.

산 중턱에 다다르자 왼편에 거제조선소가 한 눈에 보였다. 그는 “왼쪽에 보이는 도크가 특수선, 그 옆이 바로 플로팅 도크, 반대쪽이 해양”이라며 “비어있는 도크 없이 다들 일만 잘 하고 있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거리가 멀어 조선소 내 분위기나 움직임은 안 보였지만 비어있는 도크는 없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 협력사 관계자 B씨는 그와 입장이 사뭇 다랐다. B씨는 “삼성중공업 원청이 죽겠다는 데 협력사들은 어떻겠냐”며 “회사를 정리하고 싶지만 부채가 너무 많아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으로 협력사 사람 중에는 ‘죽고싶다’ ‘갈 데가 없다’ ‘코너에 몰려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장평로에 있는 한 근로자는 “대우조선은 본전이어도 수주를 계속하는데 삼성중공업은 돈 안되는 수주는 안한다”며 “최근에 또 도크마스터(고소작업차)가 쓰러지면서 사람이 죽어 분위기도 많이 쳐져 있다”고 말했다.

지역 경기를 가장 잘 안다는 택시 기사들의 체감 경기는 이미 바닥 수준이었다. 개인택시 기사 C씨는 “한때 조선사 잘 나갈때 지역 경기도 호황을 맞았지만 작년부터 상권부터 죽더니, 이젠 부동산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옥포를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드나드는 술집들이 작년 말부터 문을 닫았다는 것 자체가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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