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 변호를 맡았던 홍만표(57)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30일 변호사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홍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정 대표로부터 "상습 도박 수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등에게 청탁해주겠다"며 3억원을, 2011년 9월에는 네이처리퍼블릭이 서울메트로 입점하도록 도와주겠다며 2억원을 받는 등 총 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1년 9월 이후 사건 수임 내역 미신고나 축소신고 등의 수법으로 세금 10억여원을 포탈한 혐의도 적용했다.
지난 27일 검찰에 소환돼 17시간여의 고강도 조사를 받은 홍 변호사는 탈세 혐의 일부만을 시인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리퍼블릭 고문을 지낸 홍 변호사는 정 대표의 도박 혐의 변호를 맡아 두 차례 무혐의 결정을 받아냈다. 정 대표는 같은 혐의로 재수사를 받은 뒤에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8월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일단 드러난 혐의를 토대로 홍 변호사의 신병을 확보한 뒤 다른 여러 의혹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홍 변호사는 선임계를 내지 않고 솔로몬 저축은행과 동양그룹 비리 사건을 맡아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솔로몬 저축은행 사건을 수임했던 유모 변호사와 동양그룹 현재현(67)전 회장, 이혜경(64) 전 부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저축은행비리 수사는 대검 중수부의 마지막 작품으로 꼽혔던 사건이고, 동양그룹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수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을 지낸 홍 변호사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한보비리, 박연차 게이트 등을 수사하며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꼽혔다. 2011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발해 사표를 내 변호사로 개업했고, 2013년 수임료로만 9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사실이 알려지며 전관예우 특혜를 누린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 핵심은 홍 변호사의 수임이나 로비 의혹과 관련한 부당한 자금의 흐름을 보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혐의점 없이 재산규모가 크다는 점만으로 수사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다음달 5일 형기 만료로 출소 예정인 정 대표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 및 배임, 위증 혐의로 다시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지난 3일 네이처리퍼블릭 본사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거래대금 부풀리기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정 대표가 지난해 2015년 1~2월 네이처리퍼블릭과 SK월드 등 법인자금 140억여원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