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이상에만 수요 몰려, 정부 회사채 활성화 방안 이달 중 나올듯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반 회사채는 5223억원 순상환됐다. 부문별로는 7조8659억원이 발행됐고 8조3882억원이 상환됐다. 2015년 1분기에는 11조9790억원의 일반 회사채가 발행됐으며 순발행액은 2446억원(상환액 11조7344억원)이었다. 올해 지난해에 견줘 발행액 규모가 크게 줄었다.
신용등급 쏠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일반회사채 발행액 중 AA 이상은 86.7%를 차지했다. 이는 전달의 67.7%에 비해 1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회사채 시장의 단골손님인 SK그룹 계열의 회사채가 인기를 끄는 것은 회사채 시장 쏠림 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신용등급 AAA인 SK텔레콤이 지난달 26일 2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고자 실시한 수요예측에는 51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200억원의 회사채를 증액 발행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실시한 SK(AA+)는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8600억원이 몰렸다. SK하이닉스(AA-)도 지난달 15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3200억원의 기관 수요가 들어왔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초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Posi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하향 조정했지만 회사채 수요예측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증권사 채권딜러는 “등급 전망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도 아닌 데다가 회사채 물량이 많지 않다 보니 특정 기업의 인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장 경색을 해결하고자 정부는 이달 중에 회사채 유통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연기금의 A 등급 이하 회사채 투자 비율 확대, 하이일드 펀드의 A 등급 회사채 의무 편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요건을 완화하고, 지적재산권 등 회사 유ㆍ무형 자산을 통틀어 담보권을 설정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하는 기업담보권 제도 도입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시장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들은 회사채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물량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국내 연기금 관계자는 “자체 규정을 통해 정해 놓은 회사채 투자 기준을 정부가 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결국 시장이 우호적으로 바뀌는 체질 개선만이 투자를 아래 등급으로 낮출 수 있는 요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채권 및 회사채 투자 기준은 BBB+ 이상이다. 다만 투자위원회를 거쳐 수익성과 안전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BBB-까지 투자할 수 있다. 105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우정사업본부는 A-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정해놨다. 주요 연기금의 투자 기준은 이 같이 정해놨지만 사실상 A0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