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살인 사건' 피의자인 김학봉(61)이 현장검증에 나왔다. 그는 유가족이 절규하는 가운데 태연하게 현장검증을 마쳐 주변을 놀라게 했다.
3일 관련업계와 서울 노원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현장검증에 앞선 경찰조사 과정에서 "배가 고파서 밥이라도 사먹으려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김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수락산 등산로에서 6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날 현장검증에서는 신상공개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김씨의 얼굴과 이름이 공개됐다.
경찰은 60대 여성 배와 어깨에 난 자상은 얕지만, 목의 자상이 깊은 것에 의문을 갖고 집중적으로 추궁한 끝에 이런 진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돈을 뺏고자 피해자 배와 어깨를 흉기로 쿡쿡 찌르면서 위협했으나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자 죽였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첫 조사에서 "산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죽이려 했다"고 말해 이번 범행이 '묻지마 살인'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경찰은 강도살인 전과가 있는 김씨가 이번에도 강도를 하려다 피해자를 죽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수사해왔다.
김씨는 이날 현장검증에 앞서 피해자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피해자 주머니를 뒤진 적이 있고,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현장에 도착하자 기다리던 유족들은 "강도살인으로 감옥에서 15년을 산 김씨가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느냐"며 "김씨는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꼭 사형시켜야 한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피해자 딸과 동생 등은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피해자 남편은 옆에 있던 나무 막대기를 들고 김씨에게 다가가려다가 경찰에 저지당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김씨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 담담하게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백경흠 노원서 형사과장은 "김씨가 피해자 주머니를 만지는 등 강도 혐의를 둘 수 있는 행동을 자신이 진술한대로 재연했다"며 "보강 수사 후 8일 송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