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전산통합에 이어 통일된 차주별 신용등급 체계를 갖추면서 리스크(위험)관리에 한발 앞서게 됐다. 특히 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다른 기업 신용등급 평가 기준이 단일화 돼 기업신용평가가 다시 이뤄지면서 모든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재조정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17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그룹 신용리스크 내부등급법' 사용 승인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신용리스크 내부등급법(IRB)이란 금융기관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에 의해 산출된 리스크 측정요소를 활용해 신용위험을 측정하는 제도이다.
하나금융은 지주 신용리스크 내부등급법 승인 획득을 위해 2013년부터 △그룹 신용평가모형 구축 △은행과 카드사 리스크 측정요소 산출 △신용위험가중자산 산출시스템 개발 등을 진행해 은행지주회사 최초로 금감원의 승인을 받게 됐다.
하나은행의 IT통합에 맞춰 그룹의 신용평가시스템을 적용했으며, 하나카드도 그룹 신용평가모형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나금융 그룹리스크 담당 관계자는 "신용리스크 내부등급법 승인으로 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대내외 평판이 향상됐다"며 "그룹 차원의 신용리스크 관리 체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의 내부등급법을 운영해왔던 것을 단일화 하면서 효율적 관리가 가능해졌다. 소매고객과 기업고객 부문에 각각 강점을 가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두 신용평가 모델의 단일화 과정에서 상호 학습 효과를 통해 진보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
통합 신용등급 시스템은 총 16개 등급으로 하나은행 14등급과 외환은행 11개등급을 고려해 더욱 정교화하고 세분화 시켰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두 은행에서 각각의 대출을 받던 한 기업은 앞으로는 하나의 등급을 적용 받게 된다.
차주 기업에선 이미 받은 등급에서 새로운 등급을 받게 돼 신용등급이 달라질 수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 하나은행은 당장 기업의 등급을 하향하지 않고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끝나면 신용등급이 하락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기업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등급 상향보다 하향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럴 경우 자연스레 여신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하나은행은 2년간 대기업 여신을 23조원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6월 72조원 규모이던 대기업 여신잔액이 최근 49조원으로 감소했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경기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기업들의 등급이 떨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여신관리가 더 엄격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도 곧 지주 신용리스크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