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추가 탈퇴 움직임 경계해야…영국, 혜택보다 더 많은 비용 치르게 돼”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로 인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고 28일(현지시간)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가 보도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날 자신이 특별연구원으로 있는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의 재무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심각한 문제점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최근 수년간 은행들이 자본확충에 나선 점도 브렉시트 충격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시점에서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은 브렉시트로 인한 EU의 불안정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금융 안정성에 가장 큰 리스크는 경제보다는 EU의 축소나 붕괴와 같은 정치적 면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회원국 중 탈퇴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면 심지어 그 가능성만으로도 해당 국가에서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이 일어나고 투기세력이 공격하는 등 여파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 지도자들이 직면한 도전은 잠재적으로 탈퇴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의 우려를 덜 수 있는 길을 찾아 전반적인 통합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EU의 통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더 큰 자율성을 요구하는 주장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며 “역내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다는 EU의 구상이 다시 논란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냉키는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도 그 혜택보다는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영국 경제가 둔화하는 것은 물론 EU의 규제를 없애겠다는 구상도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영국은 앞으로 EU와 새 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EU 규제의 상당 부분을 수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민자를 줄여 영국인 고용을 늘리겠다는 생각도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민자를 줄여봤자 영국 자체 노동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제성장이 위축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없어지더라도 비용이 혜택보다 많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버냉키의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도 전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외환시장을 크게 우려하지는 않지만 일반적 국가에서 재무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이 유럽중앙은행(ECB)에 없다는 취약점이 다시 부각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