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제품 출시부터 현재까지 정부의 책임을 규명하기로 했다. 실제 처벌 여부를 떠나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어떤 잘못이 있는 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가습기살균제가 처음 출시된 1996년부터 20년 간 정부 역할을 조사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주요 조사 대상은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과 그 산하기관들이다. 가습기 살균제가 문제된 것은 1999~2000년 초반 원료물질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으로 바뀌면서부터다. 하지만 검찰은 시기에 얽매이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된 이후 정부가 관리·감독을 어떤 방식으로 했고 문제점이 있었는지 등을 폭넓게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주부터 정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과 국가기술표준원,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공무원 8~9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원료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위와 피해원인 규명이 안 된 이유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을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려면 직무유기죄를 적용해야 하는데 기소가 쉽지 않다"며 "형사책임 문제를 떠나서 역사적으로 사건을 기록하기 위해서 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다만 조사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발견할 경우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형사처벌을 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번 주 중 존 리(48) 옥시레킷벤키저 전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한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옥시·홈플러스·세퓨 관계자 7명에 대해선 '인체 무해', '아이에게도 안심' 등의 광고로 소비자들을 속인 책임을 물어 사기죄로 추가 기소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