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은행이 공동으로 출시한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잇돌대출’의 유치 규모가 일주일만에 200억원을 넘어섰다. 은행 위주의 중금리 시장 활성화가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5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사잇돌대출이 7영업일 동안 225억원(13일 기준)을 유치했다. 건수로는 2216건이다.
우리은행은 가장 좋은 실적을 올려 약 40억원(455건)을 판매했고, 이어 신한은행이 약 41억원(371건), 농협은행은 23억원(234건) 등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잇돌대출은 금융위원회의 제안으로 9개은행이 판매 중인 중금리대출 상품이다. 중금리대출에 맞는 신용등급 체계를 SGI서울보증이 지원하고, 부실에 대해 보증까지 제공한다.
사잇돌대출은 정부의 중금리대출 야심작으로 통한다. ‘새희망홀씨’가 상대적으로 저소득·저신용 서민을 대상으로 시장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했다면, 사잇돌대출은 이보다는 신용도가 높은 이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정부는 그간 꾸준히 중금리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편 만큼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사잇돌대출 확대를 위해 은행 인센티브까지 제공한다. 서민금융평가에 중금리대출 실적을 100점 중 15점 수준으로 반영키로 확정했다.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도 성공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 같은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었기에 일주일 만에 225억원 유치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상품 설계에서 몇 가지 중대한 취약성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성공여부를 확신하긴 이르다.
우선 시중은행 어떤 곳도 사잇돌대출이 수익 또는 손실로 이어질지 예측하는 곳은 없었다. 오히려 손실이 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다.
중신용자에 대한 신용평가 자료가 부족하고, 판매 경험도 오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중금리대출에 자발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해부터로 판매경험이 1년에 불과하다. 아직 연체율, 부도율 등을 감안해 최적의 상품설계를 할 수 있을만한 노하우가 부족하다.
그야말로 실험적인 상품인 셈이다.
보증에 대한 설계도 완벽하지 않다. 각 은행들은 자신들이 낸 보험료의 최대 150%까지 보증을 받을 수 있다.
1000만원을 보험료로 내면 최대 1500만원까지밖에 보증이 되지 않는다. 이보다 높은 채권부도가 발생하면 추가로 보험료를 내야한다.
은행에서 보증보험 설계에 대한 볼멘소리와 아쉬움을 토로하는 말이 끊이질 않는다.
일각에선 정부가 가계부채를 조장한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신용대출은 개인마다 상한이 있지만, 사잇돌대출은 담보대출로 취급돼 신용대출 최대 상한이 늘어나는 효과를 낸다. 기존 체계에서 정해진 최대한도를 넘어 대출받을 수 있게 되면, 결국 상환능력을 넘어선 부채 확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러한 취약점들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중금리시장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상품”이라며 “상품 판매 실적이 올라가면서 나타나는 문제들에 대해 모니터링하는 등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