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호 정치경제부 기자
상식적으로 당연한 김 위원장의 사과가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외부 영입인사였기에 가능했다는 신선함마저 안겨줬다. 사과에 인색한 정부·여당의 행태와 비교했기 때문이다. 사과의 부재는 책임의 회피로 이어지고 국정을 운영하는 정·관계의 책임 회피 기조는 언제나 국민의 불행을 예고한다.
여당에서는 친박계 실세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한 김성회 전 의원에게 지역구 변경을 일방적으로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현기환 청와대 전 정무수석까지 같은 내용의 공천 개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우병우 민정수석은 ‘처가 부동산’과 ‘몰래 변론’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국을 뒤흔들 사건이 연일 터지고 있지만 최소한의 상식선에서 나올 법한 유감 표명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최 의원과 윤 의원은 침묵을 지키고 있고, 서 의원은 “음습한 공작정치 냄새가 난다. 또 있으면 가만히 안 있겠다”고 오히려 역정을 냈다. 우 수석도 마찬가지로 “정무적으로 책임지라고 했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유감 표명마저 잊은 채 해명에 급급한 여권의 모습은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정부 부처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와 관련,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야당의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한사코 거부하며 비상식적인 신념을 고집했다.
김 위원장은 공천 파문과 연관없는 외부 인사임에도 ‘이유 여하를 떠나’ 사과했다. 하지만 이와 대비되는 정부와 집권 여당의 대응 방식은 우려를 넘어 체념마저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