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에서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소셜커머스업체 티켓몬스터(티몬)는 지난 8일 재규어XE 모델 20대를 3시간 만에 팔았으나, 재규어 판매사 측은 차량을 공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재규어 한국법인은 온라인에서 재규어를 판 이미지 실추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고, 티몬은 꽁꽁 숨겼던 딜러사 이름을 대며 합법적인 계약으로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한 업체가 더 끼어 있는데 바로 중고차 업체 ‘SK엔카’다. 티몬에 따르면 SK엔카 직영이 티몬에 재규어 공식 딜러사인 아주네트웍스를 연결했고, 재규어 본사의 마케팅팀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신뢰가 생명인 소셜커머스 업체, 프리미엄 이미지 실추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재규어, 그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려 다리 역할을 한 SK엔카의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티켓몬스터가 8일 ‘재규어XE’ 2.0디젤 포트폴리오 트림과 R-Sport 모델 등 20대를 각각 700만 원 할인된 4810만 원과 4700만 원에 판매한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금시초문이란 반응을 보였다. “처음 듣는 이야기이니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시간, 이 판매딜은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약 3시간 만에 완판됐다. 티몬 입장에서는 ‘대박’이었다. 업계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오프라인 전시장으로 한정된 유통 채널의 변화가 올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12%에 가까운 할인율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쉽지 않은 할인폭이다.
‘재규어를 인터넷에서 살 수 있다니…’라는 반응이 나왔고, 수입차 중에서도 럭셔리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수해온 재규어의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따라왔다. 9일 저녁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공인된 유통망을 통한 판매가 아니었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공식 딜러는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통한 재규어XE 온라인 판매에 대해 어떤 공식적인 접촉 및 협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없는 차’를 판 격이 된 티몬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티몬의 이야기는 이렇다. 지난 2일 재규어 차량 판매와 관련해 SK엔카 직영과 계약을 체결하며 재규어 차량을 공급해 줄 수 있는 딜러사를 지원받기로 했다. SK엔카 직영은 계약에 앞서 재규어 판매를 위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9개 공식 딜러사 중 하나인 아주네트웍스와 협의를 거쳤다는 것이다.
티몬은 이 과정에서 재규어코리아의 마케팅 책임자와 구두 협의를 진행했으며, 그 책임자는 차량이 온라인을 통해 판매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배경설명을 덧붙였다. 또 판매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SK엔카 직영이 지겠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포함됐다는 사실까지 공개했다.
수입차 딜러들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700만 원 할인은 본사와 논의 없이는 가능한 할인폭이 아니다. 티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재규어는, 혹은 재규어 본사 내부 누군가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누군가 알고 있지만 입을 다물고 있거나, 딜러사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반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어떤 딜러도 XE 모델의 티몬 판매와 관련한 공식적인 접촉과 협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는 재규어 측의 입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티몬은 가짜 상품을 파는 소셜커머스라는 오명에 ‘유령 상품’까지 팔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거래의 또 다른 당사자인 SK엔카는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함구하고 있다.
너도 나도 ‘안 팔았다’고 항변하는데 차량 20대는 분명 국내 최초로 전자상거래 방식으로 팔려나갔다.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