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성공 신화를 이끈 핵심 인재들의 퇴사가 이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구글벤처스(GV)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빌 마리스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떠난다고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마리스는 12일을 끝으로 회사를 떠나게 되며 그의 빈자리는 데이비드 크레인 구글벤처스 전무이사가 채우게 된다. 마리스의 퇴사 이유나 향후 거취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마리스의 퇴사는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이끌던 최고기술책임자(CTO) 크리스 엄슨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지 일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엄슨 CTO 역시 사퇴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스마트 홈 기술 기업 네스트(Nest)의 CEO 토니 파델이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지난달 말에는 최고 인적자원책임자인(CHRO) 라즐로 복도 입사 10년 만에 회사를 떠나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고 밝혔다.
마리스는 2009년 구글 벤처캐피탈인 구글벤처스를 설립해 공격적인 투자로 실리콘밸리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했다. 사업 초기 차량공유서비스 앱 우버를 비롯해 네스트, 슬랙(Slack), 제트닷컴 등에 투자를 진행했다. 우버는 현재 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업체로 부상했고 제트닷컴의 경우 최근 30억 달러가 넘는 가격에 월마트에 매각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구글벤처스가 운용하는 자금은 24억 달러에 달했으며 현재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300건이 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구글벤처스는 인텔 캐피털을 제치고 대기업 계열 벤처투자회사 중 가장 활발한 투자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마리스의 퇴사는 구글캐피털과 구글벤처스 사업이 중복돼 그룹 내 경쟁구도가 형성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은 2013년 또 다른 투자회사인 구글캐피털을 출범시켰다. 이와 관련해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구글벤처스가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면 구글캐피털의 경우 사업이 비교적 자리를 잡은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등 포지션을 차별화했지만 구글벤처스와 경쟁 관계에 있었다고 전했다. 구글도 자체적으로 직접 투자를 늘렸고 심지어 구글벤처스가 투자하는 회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에 투자하기도 했다.
구글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임금 관행을 바꾼 것도 이들 핵심 인사들의 이탈로 이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알파벳이 개별 사업부의 실적과 성과에 따라 성공 보수를 지급하자 엄슨을 비롯한 상당수의 엔지니어링 부분 인재들이 이탈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