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오리 부총리에게 연내 중국 첫 R&D센터 건립 등 투자확대 약속…껄끄러워진 중국과의 관계 개선 총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시장에서 침체된 실적의 활로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중국은 애플의 황금밭이었다. 가파른 성장세로 애플의 실적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왔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아이폰 판매가 급격하게 둔화하면서 매출도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 정부의 애플에 대한 태도도 냉랭해졌다.
이에 쿡 CEO는 이번 주 표면적으로는 현지 사업 확대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지만 사실상 껄끄러워진 관계 개선이라는 특명을 수행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올 들어 애플 최대 수익원인 아이폰은 지난 2007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2개 분기 연속 판매가 줄어들었다. 그 여파로 매출도 같이 감소한 가운데 중화권(중국과 홍콩, 대만) 매출은 지난 1분기에 전년보다 24%, 2분기에 33% 급감했다. 중화권은 이전에 미국에 이어 애플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이었으나 지난 분기에는 유럽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올해 애플의 온라인 도서·영화 구매 서비스를 중단시켰으며 안보 관련 규정을 강화하면서 애플 등 미국 IT기업에 현지에 데이터 서버를 둘 것과 소스코드를 공유할 것 등을 강요하고 있다.
한편 애플은 다음 달 새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있어 쿡 CEO가 그 어느 때보다 이번 방중 일정에서 중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전날 베이징에서 장가오리 부총리와 면담했을 당시 연내 중국 첫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은 중국 중부 충칭을 방문해 충칭시장과 함께 애플스토어를 둘러봤다.
크리스 디안젤리스 ADG 제너럴 매니저는 “애플은 중국에서 외국기업 진입이 어려운 모바일 결제 부문 등에서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쿡 CEO가 정말로 중국 정부와 친밀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쿡의 투자확대 약속은 중국 정부가 오랫동안 외국 기업에 기대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다시 상기시켰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의 광활한 소비시장에 접근하는 대신 그 대가로 외국 기업들이 투자와 기술이전을 통해 자국 경제를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용자 수 기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 겸 인터넷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키티 폭 중국 리서치 이사는 “쿡은 자신이 중국 문화를 배우고 존중한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며 “R&D 센터 건립 등 투자 약속은 정부와의 더 좋은 관계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애플이 최근 인도에 적극적으로 다가서려 하는 것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 5월 쿡 CEO가 인도를 방문했을 당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논평에서 “우리는 서부 지역의 제조업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 애플과 같은 다국적 기업 유치를 놓고 인도와 경쟁하는 것보다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도 애플에 무조건 비우호적인 시선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하는 대만 혼하이정밀의 생산거점은 바로 중국에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월 궈타이밍 혼하이 회장과 만났을 때 오직 한 질문, ‘아이폰 생산이 올해 감소할 것인가’만을 던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궈 회장은 “생산 감소가 전반적인 트렌드”라고 답했다. 애플의 차기 아이폰은 최근 혼하이 중국 자회사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에서 생산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