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태웅이 마사지 업소에서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됐어. 속칭 ‘마이낑’(선불금) 사기 행각으로 수감 중인 30대 여성이 올해 초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데. 물론 소속사 측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난 건지,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다 이렇게 된 건지는 조사를 해 보면 알겠지.
그런데 말이야. 이번 사태에 대한 네티즌 반응이 박유천·이진욱 스캔들 때와는 좀 달라. ‘TV 속 딸 바보 이미지는 가짜였냐’는 실망감이 전제돼 있긴 하지만, 그 속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리거든. SNS 세상을 좀 들여다볼까?
“박근령 기사 나오고 곧바로 터진 스캔들.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트위터 아이디 dika****)
“1980년대 3S 정책을 보는 듯하다. 개·돼지처럼 빨리 잊어주길 바라는 건가?”(트위터 아이디 anjf****)
사람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기막힌 타이밍 때문이야. ‘우병우 비위 의혹’을 수사한 이석수 감찰관의 첫 번째 타깃이 박근령 씨였다는 기사가 나가고 곧바로 엄태웅 스캔들이 터졌거든. BBK 손해배상 판결은 서태지ㆍ이지아 이혼 소식으로 막고, MB 자원외교 비리는 이민호ㆍ수지 열애설로 덮었다는 ‘음모론’의 연장선인 거야. 이유가 뭘까? 권력에 대한 불신 말이야.
“음모론의 유행은 그 사회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다.” ‘음모론의 시대’를 쓴 전상진 교수의 말이야. 그의 말을 빌려보자면 음모론의 실마리는 조직화된 무책임에서 찾아볼 수 있어. 약자들은 ‘착하게 사는데, 왜 이렇게 먹고사는 게 힘들지?’라고 호소하지만, 강자들은 ‘내가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왜 몰라줘?’라고 반문해. 피해자는 있는데 책임자가 없는 거야. 결국 약자의 일방적 억울함은 책임에서 자유로운 권력을 향하게 돼. 그리고 의심부터 하게 되는 불신으로 이어지지.
물론 사람들이 제기하는 음모론에도 분명 한계가 있어. 질문에 그치지 않거든.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왜 연예 스캔들이 터지지?’라는 물음표를 던지고, ‘윗분(?)들이 민중을 개ㆍ돼지라고 생각하니까’라고 마침표를 찍어. 비판의 기능을 잃어버린 자문자답인 거야.
결국 소통이야. 책임윤리를 지닌 강자와 비판의식을 가진 약자의 대화 말이야.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면 사람들은 신하균·김고은 열애 기사를 보며 또 이런 의심을 할 거야. “이번엔 뭘 또 덮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