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주가가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가 악화 국면으로 들어서자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삼성전자의 장기적인 주가 흐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단기 변동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어 당분간 주가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1만원(-6.98%) 떨어진 14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과 함께 급락세를 보인 삼성전자는 장중 하락폭을 키워가며 한 때 145만6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브렉시트’ 직후인 지난 7월 1일의 주가수준이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함께 떨어져 9만4000원(-7.39%) 하락한 117만8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가 곤두박질 친 것은 사그라지는 듯했던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가 지난 주말을 기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갤럭시노트7 배터리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들이 연이어 발생한 영향이 컸다. 미국 정부기관이 잇따라 사용중단 권고를 발표했고 한국을 포함한 다른 주요국가에서도 같은 결정이 이어졌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유동성 환경이 악화된 것도 악재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기도 했다. 지수 고점에 대한 부담이 팽배했던 상황에서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설 만한 구실이 된 것이다. 국내 증시 자체에서 돈이 빠지자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하락이 가속화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이번 리콜로 인한 손실규모는 8000억~1조5000억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증권 황민성 연구원은 “세계 정부기관들이 노트7 사용 중지를 권고하며 상황이 리콜 발표 시점보다 더 복잡하고 커진 것처럼 보이고 있다”며 “연내 소비자 판매가 리콜 발표 이후 추정한 900만대보다 하락할 수 있는 리스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판매감소 영향으로 하반기 이익이 최대 1조 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콜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주가하락의 원인인 만큼 리콜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사태가 일단락되면 주가도 적정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기업분석팀 부장은 “이번 사태가 하반기 실적에는 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지주회사 전환 등 기업 성장 이슈들이 상존하기 때문에 이후 주가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리콜로 인한 삼성전자의 손실수준이 예상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모바일(IM) 사업부의 산술적 피해 금액은 최대 1조 원이지만 판매되지 않은 정상 제품과 신흥시장 리퍼폰 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 3분기 피해액은 3000억∼6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전량 리콜 결정은 3분기 실적에 일시적인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소비자 신뢰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