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은 직원, 쇄신 인사에 술렁인 진짜 이유

입력 2016-09-2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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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주 금융시장부 기자

26일 산은이 ‘깜짝’ 임원 인사를 발표하자 직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부행장 승진자를 배출한 부서는 ‘인적 쇄신’ 차원에서 류희경 전 수석부행장 등 세 임원이 용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직원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한 직원은 기자에게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이는 “인적 쇄신 차원”이라면서도 “예상치 못했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짧은 한숨과 함께 허공을 본 뒤 “일은 같이했는데 항상 책임은 혼자 진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산은이 누구와 일을 같이했고, 누가 책임을 혼자 지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동요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류 전 수석이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관련해 연초부터 사임 압박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직원들은 류 전 수석이 결국 이 때문에 옷을 벗었다고 생각한다.

산은은 이르면 다음주 쇄신안을 발표하고 조직개편과 대대적인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류 전 수석이 하필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하루 전 사임했으니 직원들이 ‘쇄신 인사’라는 말을 믿지 못 하는 것이다.

산은 직원들은 구조조정실로 인사 발령 나는 것을 피하고, 구조실 직원들은 부서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두려한다고 한다. 구조조정 작업은 기본적으로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정치적 이슈로 번질 가능성도 커 문책성 인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산은 직원은 기자에게 “아마 앞으로 구조조정 못 할 거다”라는 말을 했다.

산은이 움직이기만 해도 욕을 먹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을 지원하자 여론의 포격을 받았고, 반대로 한진해운의 경우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겠다며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고 밝히자 해운업을 죽인다는 말을 들었다.

그동안 산은 직원들이 주말에도 나오며 묵묵히 일했던 것은 조직이 버텨준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로 인해 산은 전체의 사기가 저하될 것 같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기자와 만나 인사 방침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그의 말을 믿는 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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