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주가가 호재 공시 이후 악재 공시로 1시간 만에 상승세에서 폭락으로 돌아섰다. 하루 사이에 시가총액만 1조원 가까이 빠졌다.
30일 주식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종가 5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일 대비 18.06% 하락한 수치다. 이날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내성표적 폐암 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권리를 반환받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이번 베링거인겔하임의 결정에 따라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무티닙에 대한 새로운 임상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며,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및 마일스톤 6500만 달러는 반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표적 항암신약(HM95573)의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해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1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해 창 초반 급등했다. 한미약품은 제넨텍으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8000만달러(879억원)와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 등에 성공한 데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으로 8억3000만달러(9120억원)를 순차적으로 받는다. 총 계약규모는 9억1000만달러(1조원)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창 초반 65만4000원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불과 장 시작 후 30분도 안 돼 벵링거인겔하임의 올무티닙 임상 무산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락세로 돌아섰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은 전날 6조4697억 원에서 5조3010억 원으로 1조 원 이상 빠졌다. 시가총액 순위도 46위에서 50위로 하락했다.
호재성 공시에 긍정적인 리포트를 내놨던 증권사들도 당황했다. 증권사들은 ‘한미약품의 8번째 홈런’, ‘다섯번째 대규모 L/O, 국내 1상에서 놀라운 성과’, ‘기다리던 또 한 번의 쾌거’, ‘한국의 제넨텍, 원조에게 인정받다’, ‘신약개발의 클래스가 다르다’ 등의 제목으로 한미약품의 성과를 조명했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악재공시로 이들 리포트는 머쓱해졌다.
신한금융투자 배기달, 이지용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기술 수출에 있어 계약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임상의 순로조운 진행으로 약물 개발의 리스크가 크다는 걸 다시 한번 알려주는 뉴스”라면서 “제약, 바이오 투자 심리 냉각 가능성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제약·바이오 시장의 투자 심리 냉각은 현실화됐다. 한미약품 이슈에 이날 제약, 바이오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닥 제약주는 전일 대비 2.53% 하락했고, 코스피 의약품주는 6.75%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