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올무티닙(HM61713)의 권리를 돌연 반환한 베링거인겔하임이 정확한 반환 이유를 밝히지 않고 행동으로 이유를 보여줬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바이오업체인 바이라 테라퓨틱스의 차세대 항암기술의 공동개발권을 2억1000만유로(약 2589억 원)에 사들였다고 30일 홈페이지에 공식 발표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산 차세대 항암기술은 온콜리틱 바이러스를 생성하는 플랫폼 기술인 VSV-GP다.
온콜리틱 바이러스는 암세포만을 공격적으로 제거하는 신개념 항암 치료법으로 인간 세포에 기생하며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서 착안해 암세포를 사멸하는 바이러스를 생성해 치료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바이라 테라퓨틱스사는 그간 기술개발에 EMBL벤처와 베링거인겔하임벤처펀드(BIVF)의 자금 지원을 받아왔다. 이번 계약 안에는 바이라테라퓨틱스사가 온콜리틱 기술의 임상시험 1상을 마치고 베링거인겔하임이 바이라 테라퓨틱스사를 인수하는 권한을 갖는 조건이 있다.
바이라 테라퓨틱스사와 공동개발권 계약을 맺고 며칠 지나지 않아 베링거인겔하임은 한미약품에 계약 반환 통지를 알렸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표적항암신약 올무티닙의 권리를 반환했다고 30일 공시했다. 한미약품 관계자에 따르면 29일 밤 베링거인겔하임 측에 권한을 반환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에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이미 받은 계약금과 마일스톤 비용 6500만 달러는 반환하지 않기로 했다.
베링거인겔하임과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 올무티닙 기술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5000만 달러(약 600억 원)과 이후 베링거인겔하임이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마다 받게 될 단계별 마일스톤 6억8000만 달러(약 7500억 원) 등 총 7억3000만 달러(약 8100억 원) 규모였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학술대회에서 올무티닙과 관련된 글로벌 임상 2상 연구의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으며, 올무티닙에 대해 올해 글로벌 3상(ELUXA 2,ELUXA 3)을 포함한 다양한 임상을 진행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불과 3개월 전까지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것과 달리 돌연 권한 반환을 통보한 이유에 대해서 베링거인겔하임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저 용 바스 베링거인겔하임 부사장은 “파트너십은 베링거인겔하임의 항암제 연구 개발 전략의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이를 통해 베링거인겔하임은 환자들과 의료진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혁신적인 치료제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실현하고자 한다”며 “베링거인겔하임은 현재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항암제 신약 파이프라인 안의 건실한 후보물질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열 내 최고 (best-in-class) 수준의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의 올무티닙을 반환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피부독성 부작용 문제다. 실제로 올무티닙을 사용한 환자 중 일부에서 심각한 피부독성 부작용이 발생해 환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은 입원치료를 받고있다. 식약처는 30일 올무티닙이 허가 후 임상시험 수행 중 중증피부이상반응이 발생했다고 밝히며 신규 환자는 의약품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이미 사용 중인 환자는 의료인 판단 하에 신중하게 투여하도록 권고했다.
또 다른 이유는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경쟁 약물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내성표적 폐암신약 ‘타그리소’가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시장에 먼저 등장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타그리소 역시 EGFR T790M 변이를 억제시키는 표적항암제로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의약품 선진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반면 올무티닙은 올해 글로벌 임상 3상에 돌입, 2017년 전세계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타그리소와 비교하면 1∼2년이나 늦게 시장에 진출하게 되기 때문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직접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바이라 테라퓨틱스사와 계약을 맺은 뒤 며칠 지나지 않아 한미약품에 기술수출 반환 통보를 알린 것은 행동으로 이유를 보여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