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악재를 늑장 공시해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 가능성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장감시본부는 한미약품의 주식 내부자 거래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달 30일 악재 공시가 뜨기 전인 장 개시 30분간 한미약품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거나 공매도를 해 부당이익을 챙긴 세력이 있는지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9일 미국 제넨텍과 세포 내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 중의 하나인 RAF를 억제하는 경구용 표적 항암제 HM95573에 대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해 계약금 8000만 달러와 마일스톤 8억3000만 달러를 받는다는 호재성 공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30일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작년 7월 맺었던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악재성 공시를 띄웠다.
한미약품 주가는 전일 호재성 공시로 개장 초 오름세를 보였으나 갑작스러운 악재 공시에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며 결국 18.06% 추락하며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웠다. 개장 직후 5%대 상승률을 보일 때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면 최대 24%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한미약품의 악재 공시 당일 공매도량은 10만4327주로 상장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며 공매도를 통해 이득을 취한 세력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올해 평균 공매도량은 4850주다.
이 같은 늑장 공시 논란이 커지자 한미약품은 이날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올무티닙’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절차에 따라 거래소의 승인을 밟느라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은 “제넨텍과의 1조원 대 기술수출계약은 29일 오후 4시30분에 이뤄져 공시를 한 것이고,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 취소 통보는 29일 오후 7시6분에 통보받았다”며 “공시가 지연된 것은 절차에 따라 승인을 밟느라 늦어졌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있어 지연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의 경험 비춰볼때 정정공시고 중요한 건이라서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당직자나 당번에게 설명하고 승인을 받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해 아침에 증권거래소를 찾아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미약품의 이상 공시로 인한 투자자 손실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는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과 이번에 문제가 된 기술수출을 했다고 호재성 공시를 발표했으나 당일 오후 부진한 2분기 실적을 공시하며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