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평론가
현 정권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의 딸, 이화여대 학생 정유라다. 이화여대 학생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민이 정유라의 학점 취득은 정상적인 학사관리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특권과 반칙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한다. 대학 리뷰 애플리케이션 애드 캠퍼스가 최근 ‘정유라 입학과 학점 특혜 의혹’에 대해 대학생 5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전원이 “문제가 있다”라고 답했다.
국민적 사랑을 받는 일본 탁구 국가대표 후쿠하라 아이(福原愛). 그녀는 와세다대학에 재학하던 2010년 런던올림픽 출전을 위한 훈련을 해야 했는데 수업 출석이 문제가 됐다. 와세다대학은 예외 없는 학사 적용을 통보했고 후쿠하라는 어쩔 수 없이 자퇴했다. 후쿠하라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여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선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어떤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는 1994년 입학한 타이거 우즈에게 학점과 학사 관리에 일반 학생과 다른 예외를 허용치 않았다. 학업과 골프선수 생활 병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한 타이거 우즈는 학교를 그만뒀다.
이화여대 정유라가 극명하게 보여주듯 우리 대학은 그렇지 못하다. 수많은 연예인 스타와 스포츠 선수들이 수업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일부 대학의 특별한(?) 학사관리 덕에 당당하게 학사모를 쓰고 졸업한다. 오죽했으면 일반 학생들이 이들을 ‘유령 대학생’ ‘무늬만 대학생’으로 명명했을까.
학점을 포함한 대학의 학사관리는 모든 학생에게 예외 없이 공정하고 엄격하게 진행돼야 한다. 학사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대학의 존재 의미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학문과 진실 탐구, 인성과 인격 도야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중요한 역할도 공정한 학사관리가 없다면 수행될 수 없다. 불공정한 학사관리가 행해지면 성실하게 노력하고 정직하게 공부하는 학생은 설 자리를 잃고 편법과 비리를 동원한 학생이 잘되는 부정과 부패의 대학으로 전락한다.
“교육은 개인의 자아 성취와 행복한 삶을 이루는 토대이자, 기회와 희망의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 교육이 공평한 기회 제공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20일 열린 ‘2016 대한민국 행복교육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축사다. 하지만 편법과 특혜 의혹 종합전시장이라는 이화여대 정유라 사태를 접한 사람들은 박 대통령의 축사에 대해 냉소만을 보낸다. 그리고 ‘흙수저에 정당한 기회조차 완전하게 박탈하는 대한민국은 정유라 같은 신(神)수저의 나라’라는 말에 더 공감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누군가는 네(정유라)가 부모를 잘 만났다고 하더라. 근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부럽지도 않아. 정당한 노력을 비웃는 편법과 그에 익숙해짐에 따라 자연스레 얻어진 무능… 비록 학점이 너보다 낮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너보다 훨씬 당당해. 너, 그리고 이런 상황을 만든 부당한 사람들에게 그저 굴복하는 게 아니라, 내 벗들과 함께 맞설 수 있어서 더더욱 기쁘고 자랑스러워”라고 말하는 이화여대생이 있고 학사 원칙에 따라 정유라에게 공정하게 F를 준 교수가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