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년규 부국장 겸 정책사회부장
무엇보다 암담한 것은 당장 닥쳐올 미래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청사진은 있을 리 없고 실행 플랜도, 리더도 없다. 이런 와중에 부동산이나마 경제를 받치고 있어 한 가닥 위안이 된다. 실제 산업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우리 경제성장의 절반 이상(51.5%)을 건설투자가 이끌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부동산에만 계속 매달릴 수는 없다. 우리나라 건설경기라고 하면 기껏해야 주택 건설이다. 아파트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나라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빚내서 아파트 사는 데 매달리고 있으니 참 한심한 일이다.
최근 두바이 국영기업이 주도하는 검단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본 것도 이 때문이다. 검단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아파트 단지나 만들어 오던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수준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도시 개발로 올려놓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있어서다.
당초 검단 신도시는 2003년 2기 신도시로 지정될 때부터 기존의 베드타운형 개발 방식을 답습하고 있었다. 일산 분당과 다름없는 또 하나의 아파트 괴물도시 탄생을 예고했던 것이다.
하지만 두바이 국영기업인 스마트시티 두바이(SCD)와 인천시가 이곳을 글로벌기업과 유수 교육기관을 유치해 일과 교육, 휴식, 주거, 창업 등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자족형 복합도시로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특히 4차산업 중심의 미래 기업과 미래 일자리를 창출하는 거대한 혁신센터이자, 4차 산업혁명 중심의 미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도시개발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만한 랜드마크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두바이 정부가 직접 한국에서 공식 사업설명회까지 개최했던 검단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업협약서를 두고 인천시와 두바이 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고 선의를 가지고 있다 해도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얼마든지 사업이 중도에 깨질 수 있다. 하지만 속사정은 기가 막힌다.
두바이 측에서는 △본사와의 직접 계약 △2600억 원 현금 납부 △땅 공사비용 6000여억 원 선납 등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운 계약조항들을 근거로 계약체결을 거부했다. 계약 대상자인 인천도시공사는 “두바이 정부가 직접 계약 당사자로 나서지 않아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계약조건을 강화했다고 한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계약은 무산 위기다. 한때 한국 경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던 새로운 개념의 도시는 이제 물 건너간 꼴이다. 사실 양측의 의견 합의가 아예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역 사회에서는 인천도시공사가 그 땅을 쉽사리 내놓을 리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 처음부터 파다하게 퍼지고 있었다고 한다. 택지분양으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두바이 정부에 이 땅을 내주느냐는 무사안일주의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일부 지역 여론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위 말하는 주도권을 내놓기 싫어서 국가 프로젝트를 무산시킨 것은 아닌지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검단 스마트시티라는 미래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이곳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신도시’가 되고 만다. 신도시는 아파트공화국을 향해 치닫던 과거 시대의 유물이다. 특히 대규모 공급물량을 쏟아낼 2기 신도시는 가뜩이나 거품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부동산시장에 공급과잉이라는 재앙으로 다가올 우려가 크다.
어찌 됐든 검단 스마트시티는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검단새빛도시’에는 원래 계획대로 아파트분양 플래카드가 내걸릴 것이다. 그보다 더 확실한 것은 인천에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의 발길이 끊어질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