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압력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는 의혹을 대부분 시인했다.
지난 3일 조양호 회장은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기사에 나온것이 90%는 맞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자신을 둘러싼 ‘찍어내기’ 의혹에 사실상 맞다고 시인한 것이다.
앞서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조 회장이 미르재단에만(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10억 원을 기부하고 K스포츠재단에는 기부를 거부해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해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조 회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와 업무 제휴를 맺은 스위스 건설회사 ‘누슬리’에 평창 올림픽 사업을 맡기는 것에 반대해 김 전 장관으로부터 “(조직위원장에서) 이만 물러나 주셔야겠다. 이유는 모른다”며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조 회장은 2014년 7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선임돼 지난 5월 3일 사퇴하기 전까지 올림픽 준비 상황을 직접 챙겼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위기 대응에 전념하기 위함"이라며 돌연 사퇴했다.
이번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며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 하고 있다. 국내 1위 국적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지난 8월 채권단이 3000억 원 지원이 불가하다며 돌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가게 된 것도 이 미르재단에 10억 밖에 안 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재계의 관계자들이 많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장승환 한진해운 육상직원 노동조합위원장도 “한진해운을 살리는 게 유리하다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보고서도 나왔고 용선료 협상도 마무리 단계에 있어 회생 가능성이 컸다”며 “하지만 3월 이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한진해운을 죽이고 현대상선을 살리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이번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고,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 회생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얘기를 여러차례 전해들었다”며 “돌이켜보면 이런 정황들이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어느정도 역할을 했을 수도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은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원칙대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이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을 만났고 '그만 나오시라'는 말을 들은 것은 맞다”며 “하지만 그밖에 뚜렷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관련해서는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