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콘크리트 지지율 5%로 추락하는 데 ‘딱 한달’

입력 2016-11-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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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에 날개 없는 추락…창조경제ㆍ문화융성 역점사업 비리 얼룩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국정 동력의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은 역대 정권 중 최저치를 찍은 상태다.

최순실 국정 개입 의혹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탄핵 여론이 확산된 데 따른 결과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3년 9개월 동안 경기침체와 세월호 등 각종 사건 사고로 지지율이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임기 1년 4개월을 남겨 놓고 최대 위기를 맞았다.

◇‘콘크리트 지지율’ 역대 대통령 중 최저 기록 =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올해 2분기까지만 해도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말처럼 확고한 지지 기반을 다져왔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직후인 2013년 1분기 42%로 출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밀봉, 불통인사 여파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취임 초 지지율은 가장 낮았다. 하지만 취임 1년 차 2분기부터 취임 2년 차 2분기까지 1년 동안 50%를 넘어섰다. 그해 9월 둘째 주에는 67%로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이후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연말정산 논란과 메르스 사태 등으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는 했으나, 대북·외교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면 승부로 위기를 극복, 계속 30%선을 웃돌았다. 3년여간 안정적으로 기반을 다진 지지율은 그러나 올해 4월 총선 이후 30%대 초반으로 하락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 지지율이 43%였고, 올해 1분기 지지율이 40%였지만, 2분기 지지율은 33%로 급락했다.

그러다 10월 들어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지기반은 급격히 무너졌다. 10월 마지막 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의 ‘90초 대국민 사과’ 이후 지지율은 14%까지 떨어졌다. 이달 들어서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 성적표까지 나왔다.

지난 1~3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주간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국정 지지도)은 5%에 그쳤다. 전주 대비 12%나 폭락한 것이다. 이는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 지지율 조사상 최저치이기도 하다. 과거 갤럽 조사에 따르면 IMF 위기를 초래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저 지지율인 6%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민들의 정권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참고로 국회의 거국 중립내각 요구를 수용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최저 지지율은 12%였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간 단위 직무 긍정률 최저치는 2012년 8월 첫째 주 17%였다.

◇임기말 지지율 낮다지만… 국정운영 동력회복 의문 =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을 필두로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임기 초에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다가 임기 말이 될수록 낮아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정권 후반부로 갈수록 차기 대권주자들의 경쟁이 조명을 받으면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줄어드는 데다, 측근·친인척 관련 의혹 등이 주로 임기 후반부에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선 역대 정권이 집권 4년 차에 예외 없이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걸었던 ‘4년 차 징크스’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볼 때도 유례없는 폭락으로, 집권 후반기 으레 벌어지는 레임덕과 질적으로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적인 위기에 처할 때면 해외 순방이나 정상회담 등 외교 행보를 통해 국면 전환을 꾀했다.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은 게이트로까지 번진데다, 실세의 국정 농단 사태에 분노하는 민심이 들불처럼 번져나가면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엔 다르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주요 국정 성과로 꼽아왔던 ‘창조경제 활성화’와 ‘문화융성’도 최순실 게이트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용두사미’ 격이 됐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여겨지던 지지율 30% 선이 붕괴된 데 이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지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시각이 우세다.

청와대는 현재 불거진 의혹들이 정리되면 지지율은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로 꼬일대로 꼬인 혼란 정국을 정리할 해법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야권이 ‘최순실 게이트’ 파문의 수습책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퇴진’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들끓는 민심도 관건이다. 오는 12일 예정된 두번째 대규모 촛불집회 때까지 민심을 수습할 특단의 대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6% 이하로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일각의 전망이다.

지지율이 곧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힘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지지율 추락으로 4대 구조개혁 등 주요 국정과제의 성공적인 마무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영선 노무라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5%의 지지율은 대중의 지지를 잃었다는 의미”라며 “노동개혁과 공공부문 개혁 등 구조 개혁 어젠다가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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