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가 다치거나 숨진 피해자나 그 유족에게 제조업체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재판장 이은희 부장판사)는 15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 A씨 등 13명이 국가와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 세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세퓨는 피해자와 유족 총 10명에게 1인당 1000만∼1억 원씩 총 5억4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연령과 직업,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가해자인 세퓨의 과실 정도, 사고 후의 태도 등을 참작해 최 씨 등이 청구한 금액을 모두 인정했다”고 밝혔다. 숨진 피해자 유족에게 각 1억 원, 다친 피해자에게 3000만 원, 부모나 배우자에게는 1000만 원의 손해배상액이 인정됐다.
다만 국가의 배상 책임은 증거 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이 제출한 증거는 대부분 신문기사이거나 보도 자료로 구체적으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2008년 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 손상이 발생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국가와 제조업체를 상대로 2014년 소송을 냈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의 설계ㆍ표시 상 결함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국가를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관리ㆍ감독의 책임을 물었다. 애초 옥시레킷벤키저와 한빛화학, 롯데쇼핑 등에도 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9월 조정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