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시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발 빠른 대응이 눈길을 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16일 서울 중구 한화그룹 빌딩에서 미국 버지니아주 테리 매콜리프 주지사를 만나 환담했다고 밝혔다.
매콜리프 주지사는 1993년 대전 엑스포 담당 대사를 역임한 이후 10여 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며, 주지사 부임 직후인 2014년에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를 병기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한 친한파 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번 만남은 버지니아주의 경제투자 유치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방한한 매콜리프 주지사가 한화그룹 측에 방문을 요청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자동차용 경량복합소재 제조 회사(한화아즈델)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김회장은 매콜리프 주지사에 트럼프 정부 보호 무역주의 강화 전망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단행될 경우 한국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다.
또 미국 정권 교체로 인한 친환경 재생에너지 정책 변화와 파급 효과, 버지니아주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제도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 받았다.
트럼프 후보 당선으로 한ㆍ미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계와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고 있는 김 회장의 활약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특히 김 회장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이사장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20년 가까이 유지해 오고 있는 것.
김 회장은 지난달에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퓰너 이사장과 만나 한ㆍ미 간 경제현안 및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하고, 한화그룹의 글로벌 사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당시 김 회장은 퓰너 이사장에게 “최근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ㆍ미 간의 오랜 동맹 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김 회장이 미국 정계에 탄탄한 인맥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선친인 고(故) 김종희 전 한화그룹 회장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이 1990년부터 한미친선협회 이사로 활약하면서 쌓은 인맥이 김 회장의 인맥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김 회장이 2001년부터 한미교류협회장으로 활약하면서 맺은 인연들이 더해지면서 김 회장의 미국 정관계에 ‘든든한’ 인맥 라인이 갖춰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