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내각의 초대 국무장관에 발탁되면서 이 회사의 경영진 쇄신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틸러슨의 국무장관행 이후 새 CEO가 사업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산나 맥카론 엑손모빌 부사장은 이날 성명에서 틸러슨의 국무장관 지명 소식과 함께 “이사회는 곧 경영진 변화에 관한 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회사를 이끈 틸러슨은 사규에 따라 65세가 되는 내년 3월 은퇴가 예정돼 있었다. 이에 지난해 사장직에 오른 대런 우즈(51)가 차기 CEO 임명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일찍부터 나왔었다.
문제는 틸러슨이 의회 관문을 통과해 트럼프 내각에 최종 합류할 수 있을지, 얼마나 빨리 합류하느냐에 따라 엑손모빌이 직면하게 될 정치적, 사업적 장애물도 달라질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일단 엑손모빌의 새 CEO는 저유가와 경쟁 심화 속에서 회사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회사는 장기간 지속된 저유가 속에서 수익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보다 앞서 틸러슨 회장이 상당히 공을 들였던 러시아에 대해 2014년 미국과 동맹국들이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엑손모빌도 상당한 부진을 겪어야 했다. 또한 틸러슨이 CEO 재임 기간 진행했던 3건의 빅딜이 모두 신통치 못했다는 점도 회사의 부담으로 남았다. 결국, 올해 초 엑손모빌은 대공황 전부터 유지해온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최고 신용등급 ‘트리플 A(AAA)’를 내주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틸러슨이 취한 친(親)러 노선은 엑손모빌의 사업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관계를 회복할 경우 엑손모빌은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기대감에 이날 엑손모빌 주가는 2%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이미 엑손모빌은 여러 주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조사와 이와 관련한 정보 공개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법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공화당 내부에서도 친러 성향에 공직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틸러슨 지명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