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투자증권은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며 빈약한 수요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현재 가격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나타난 큰 폭의 유가상승은 지난해까지 이어진 장기 하락의 기술적 반등”이라며 “현 수준에서 당분간 횡보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배럴당 50달러대를 오래 유지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이 갖고 있는 유가상승 기대감과 이에 기반한 인플레이션 전망 모두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국제유가는 공급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석유수출국개발기구(OPEC)이 2008년 이후 8년만에 감산 합의에 성공했고 비(非) OPEC 국가들도 감산합의에 동참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져 시장에서 주식시장의 강세와 채권시장 약세를 전망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연구원은 “최근의 유가 전망이 ‘수요’에 대한 언급을 담고 있지 않다”며 “수요에 대한 기대 없이 공급 축소에 기댄 유가 상승 전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가가 추세적으로 오르려면 결국 경제성장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에 비해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 정 연구원은 현재의 유가상승을 떠받치고 있는 공급축소 요인이 취약하다는 점을 짚었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정 연구원은 “공급은 여전히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고 감산합의는 쉽게 깨질 수 있다”며 “산유국들의 감산합의가 상징성에 비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또한 OPEC의 감산합의 내용에 생산물량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수출물량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요인이라고 정 연구원은 덧붙였다.
실제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OPEC의 감산기준으로 삼은 지난 10월의 생산실적인데, 이는 역대 최대치로서 올해 연평균 생산 추정치보다 약 50만배럴 많다. 따라서 감산 합의가 내년 말까지 유지되더라도 내년의 OPEC 생산은 올해 평균보다 오히려 20만 배럴 증가하게 된다.
정 연구원은 “구조적인 요인들을 감안할 때 향후 유가의 흐름은 배럴당 20달러대 후반을 저점으로 하고 셰일의 생산단가(현재는 50달러 내외이지만 향후 하락 전망)가 고점을 형성하는 박스권이 상당히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라며 “과거 오일쇼크가 마무리된 후 1986년부터 2000년까지 나타난 장기횡보 흐름과 유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