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1200여 기업 생산 중단ㆍ감산…환경보호 위해 경기둔화 감수할 수도
중국이 겨울철 스모그에 비상이 걸렸다. 북부 지방 20여 개 도시는 지난 주말 잇따라 스모그 경보 등급 중 가장 높은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이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수도인 베이징은 이미 지난 16일 적색경보를 발령했으며 공장 생산과 자동차 운행에 제한을 두는 등 대응에 나섰다. 1200여 기업이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산했으며 차량의 절반만 운행하는 2부제 시행으로 지난 주말 거리는 한산했다고 WSJ는 전했다.
톈진시는 전날 스모그로 가시거리가 크게 줄면서 200개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시 교통당국은 모든 고속도로를 폐쇄했다.
환경운동가들은 올해 정부의 대응이 지난해 12월보다는 낫다고 평가했다. 작년 정부는 스모그가 짙게 깔렸지만 적색경보 발령을 며칠 미루면서 대중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여전히 올해 스모그도 주민의 건강을 크게 위협할 만큼 심각하다. 베이징 일부 지역의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400㎍/㎥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 25㎍/㎥를 크게 웃돌았다. 심지어 산업도시인 스좌장은 전날 PM 2.5 농도가 1015㎍/㎥까지 치솟았다.
중국은 경제성장을 위해 지난 수십 년간 환경오염이라는 비용을 감수해왔지만 최근 주민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여론조사단체 퓨리서치의 지난 10월 설문조사에서 중국 응답자 대부분이 ‘경제성장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대기오염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환경운동가이자 중국공공환경사무협회 설립자인 마쥔은 “건강하지 못해 일찍 죽는다면 경제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중국인은 지금 환경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태도 변화에 중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이고 경제성장을 희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며 “적색경보 시행에 따른 경제적 비용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아직 나와 있지 않지만 매우 큰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7일 “일부 지방관리들이 여전히 경제성장에 집착해 스모그를 배출하는 오염원 단속을 제대로 안 한다”고 비판했다.
적색경보 발령과 그에 따른 규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중국석유화학공사(시노펙)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생산량을 줄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면화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산둥성과 허베이성의 면화 거래가 중단됐다. 택배업체 SF익스프레스는 교통량 제한으로 베이징과 톈진 지역 소포 배달이 최대 2일 지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환경보호국은 18일 베이징덕 레스토랑을 포함해 청정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은 사업체를 처벌 대상으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