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엔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멕시코 공장 건설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시장에서 파는 자동차는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그의 경고에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도요타자동차가 멕시코 바자에 미국 수출용 코롤라 모델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미국에 공장을 지어라.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기업에도 ‘미국 유턴’을 종용한 셈이다. 도요타는 2015년 4월, 약 10억 달러를 투입해 멕시코 과나후아토 주(州)에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11월 14일 첫 삽을 떴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기업을 넘어 해외 기업의 투자 계획에 딴지를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부터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포드자동차를 비롯해 여러 자국 기업에 대한 공장 해외 이전 계획 철회를 요구, 고관세를 물리겠다며 협박해왔다. 트럼프의 잇단 경고에도 그간 뜻을 굽히지 않았던 포드는 전날 멕시코 이전 계획을 결국 철회했다. 트럼프는 포드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도 정조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크루즈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미국에서 생산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도요타를 시작으로 미국 밖에 생산 기지를 둔 기아자동차 등 한국 기업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아차를 비롯해 포드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대선 이전에 신공장 건설 또는 생산시설 확대 계획을 속속 발표했다. 금액은 총 158억 달러(약 19조 원)에 달한다.
기아차는 지난해 9월 멕시코 공장을 준공하고 이미 생산에 돌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아차와 현대차가 트럼프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멕시코 공장을 통해 해외 수요를 맞춰야 하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이 공식 취임하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기업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도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트럼프가 도요타를 정조준하자 혼다자동차는 “아직 멕시코 생산을 재검토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도요타는 트럼프의 ‘트위터 협박’과 관련, 별다른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즉각 성명을 내고 “도요타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협력해 소비자와 자동차 산업의 최대 이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