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육아휴직·유연근무제 정착, 기업 경영자 의지가 중요

입력 2017-01-20 10:56수정 2017-02-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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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인터뷰, 일·가정 양립 문화가 양성평등의 길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취임 후 지난 1년간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깨달음을 다양한 여성정책에 녹여내고자 애써왔다. 그는 “일하는 여성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며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성정책의 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있다. 삶의 가치관이나 지론은 꿈과 목표를 품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 동기 부여와 자신감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되는가 하면, 위기를 맞을 때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개인이 갖고 있는 삶의 철학, 그리고 경험은 중요하다. 특히 하나의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는 더욱 그렇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실함이 무기인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53)은 굴곡 많았던 삶을 이겨내고, 거침없는 도전을 거듭하며 장관 자리까지 꿰찬 대표적인 워킹맘이다.

교사에서 사업가로 변신해 IT 부문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고, 2012년 정치에 입문해 19대 국회의원을 거쳐 장관이 됐다. 화려한 이력 뒤에는 숨은 고통도 함께했다. 교직을 그만두고 남편 사업에 합류했다가 IMF 여파로 1998년 빚더미에 앉아 단칸방을 전전하기도 했고, 어렵사리 들어간 경북대 전산원에서 강제사직을 당하기도 했다. 눈앞에 놓인 난관을 극복해야 했기에 생활력은 자연스레 강해졌다. 생계형 워킹맘일 수밖에 없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것이 어려워 경력단절의 위험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계속근로에 대한 의지는 남달랐다. 스스로 “그때는 냉정했었다”라고 평가할 정도다.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고불고 보채는 아이를 뒤로한 채 일터로 향했고, 해외나 지방 출장을 가야 할 일이 생기면 열흘 전부터 아이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아이 공부도 제때 봐 주지 못했다. 1년이 지나고 나서야 “몸으로 때웠다”는 아이의 말을 듣기도 했다. 그 아이들이 지금은 20대의 건장한 청년들로 성장했다.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갖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불안감을 강 장관도 느꼈을 터다. 그래서 일하는 여성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강 장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과제다. 취임 후 지난 1년간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깨달음을 다양한 여성정책에 녹여내고자 애써왔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기 동안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성정책의 틀을 마련하고, 불필요한 정책은 과감히 덜어내 선택과 집중으로 여성가족부가 일 잘하는 조직으로 평가받길 희망하고 있다.

△취임(2016년 1월 13일)한 지 1년이 됐다. 1년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느낀 소회를 말해 달라.

“책임감의 무게가 다르다. 국회의원이 관심 분야를 파고들어 입법 활동을 하면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면, 장관은 행정가로서 이상(理想)보다는 현실에 발을 딛고 일해야 한다.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나는 사업가 출신이라 굉장히 현실적으로 일한다. 늘 최고의 방안을 찾고자 하지만, 안 되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서 빨리 결정하는 편이다. 정책의 실효성도 중요하다. 국민에게 작동 가능한 정책인지, 제도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그런 관점에 집중했다. 나의 목표는 체감형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를 돌아본다면? 장관께서 생각하시는 가장 중요한 성과는 무엇인가? 그리고 아쉬웠던 점은?

“여성 고용률을 높이고 일·가정 양립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가장 주력했다. 여성가족부가 해야 할 일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성·가족·청소년은 별개의 분야가 아니다. 여성이 편하고 행복하려면 가족정책이 잘돼야 하고, 잘된 가족정책은 청소년을 잘 키울 수 있다.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기에 효과를 내려면 일과 가정이 조화롭게 양립해야 한다. 그래야 선순환으로 갈 수 있다. 경력단절이 가장 심각한 30대 여성 고용률을 54.5%(2012년)에서 58.3%(2016년)까지 올렸다. 남성육아 휴직자도 점차 느는 추세다. 가장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은 여성·아동의 안전에 대한 것이다. 데이트폭력·스토킹·온라인채팅을 통한 성매매 등 신종 성범죄에 대한 실질적 대응책을 마련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강 장관은 일·가정 양립을 실현했나.

“나는 일만 했다. 그래서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얘기할 수 있다. 나는 가족으로부터 조력을 많이 받았다. 남편보다 모친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사회 시스템이 발전하기 전이었다. 개인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면서 아이들을 키웠다. 그렇게 하다 보니 가족 모두가 고생했다. 아이의 양육은 일하는 여성인 어머니들의 몫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시스템과 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더불어 양성평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육아랑 가사는 여성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도 나눠야 한다. 우리 사회는 그간 이런 부분을 등한시했다. 일·가정 양립과 양성평등은 같이 가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나 제도는 무엇인가? 워킹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은?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는 여성들이 경력을 단절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경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제도다. 활용도를 높이려면 기업경영자의 강력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유연근무제 활용비율은 4.2%(2016년 8월)에 불과하다. IT중소기업 CEO 출신으로서 현장 실정을 감안할 때 기술혁신 등으로 인해 변화 속도가 빠른 이공계 분야에서는 육아휴직보다 경력을 유지하면서 육아기 등에 근로시간을 단축해 근무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가 더 필요하다. 아이돌봄 서비스도 현장의 만족도가 높다. 올해 지원 연령도 확대했다.”

△주변을 살펴보면 실제 아이돌봄 서비스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이용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많다. 영아종일제 지원연령 확대만으로 영유아 워킹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수요와 이용가정 만족도가 모두 높다 보니 대기하는 가정이 많다. 평균 대기자 수가 700~900명에 달한다. 연평균 13%씩 아이돌보미 수를 늘리면서 대기자 수를 줄이고 있지만,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시간대에 몰리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 양육비 일부를 지원해 준다. 소득 유형별로 나뉘는데, 최대 91만 원까지 보조해 주니 본인이 39만 원(이용요금 200시간 기준 월 130만 원)을 부담하면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된 이후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제도는 비교적 선진적이다. 문제는 국민이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다. 육아휴직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민이 1년간 쓰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했는데, 현실 체감도는 떨어진다. 중소기업의 경우 특히 심각하다. 경제적 부분과 실무적 손해를 최소화하고자 대체인력 채용 시 정부가 월 60만 원을 지원하도록 확대했다. 문제는 의지다. 현장에서 작동 가능할 수 있도록 알려 주고, 모니터링을 하는 게 중요하다.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보다 기존 정책에서 작동되지 않는 부분을 찾아 보완하고자 한다.”

△여성가족부 예산이 적어서 겪는 어려움은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정부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보다 타 부처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자 한다. 우리 예산을 활용해 창조일자리센터 내 여대생 관련 커리어 개발센터를 운영할 땐 10개였는데, 올해 고용부와 협의해 진행하니 60개로 늘었다.”

△어떤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성정책의 틀을 잘 잡아 놓고 싶다. 하나의 정책이나 제도가 뿌리내려 효과를 보려면 통상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3년은 정책이나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힘을 쏟게 된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내 손에서 성과가 나지 않아도 된다.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사회, 그리고 성숙한 양성평등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첫째도, 둘째도 일·가정 양립이다.”

**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경북대 물리교육학과 졸업 후 중학교 교사로 지내다 2000년 사업가로 변신, IT 기업인 위니텍을 설립하고 중소기업을 이끄는 대표로 활동했다. 이후 IT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제5대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장에 올랐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과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을 거쳐, 2012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선임돼 실효성 높은 여성정책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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