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반발 시위가 여성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도 반(反) 트럼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에 취임한 다음날인 21일,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열린 반 트럼프 시위에는 예상의 2배인 50만 명이 참여하는 등 미국 내 반 트럼프 시위 참가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시위 참가자들은 대선 전후 여성 차별적 발언을 일삼은 트럼프에 대해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워싱턴D.C에다 동부 뉴욕과 보스턴, 중서부 시카고, 서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등 전역에서 반 트럼프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런던 파리 외에 호주 시드니와 캐나다 오타와에서도 반 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내 반 트럼프 시위 집회에는 유명 연예인과 영화감독 여성운동가 등이 선봉에 섰다. 할리우드 인기 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 등이 차례로 집회 무대에 올라 “(트럼프는)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아니다” “이 정권 탄생에 지지말라”며 트럼프 정권에 반감을 드러냈다.
팝스타 마돈나는 트럼프에 대해 방송금지 용어를 써가며 격하게 공격한 뒤 ‘익스프레스 유어셀프(Express Yourself)’ 등 자신의 히트곡을 들려주며 집회 현장을 흥분시켰다.
‘여성들의 행진’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여성 주도의 반 트럼프 시위에는 남성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뉴욕에서 시위에 참여한 한 30대 남성은 “여성의 권리는 100% 지켜져야 하고, 그것은 남성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여성 비하를 일삼은 트럼프에 대한 비난 뿐 아니라 환경 문제, 임금 격차, 이민 문제, 인종 차별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메시지의 심각성과는 대조적으로, 참가자 대부분이 트럼프의 여성에 대한 음란한 발언을 풍자한 차림을 하고 시위에 참가하는 등 유머 감각 넘치는 분위기를 보였다.
여성이 주도하는 대통령에 대한 항의 시위는 미국에서 1913년 투표권을 요구하며 5000명의 여성이 28대 우드로 윌슨 대통령 취임식 전날 행진한 것이 처음이었다.
지난해 11월 대선이 끝나고 며칠 후 여성들의 행진 계획이 발표됐는데, 이것이 트럼프 당선에 비관하던 여성들이 결집하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소셜 네트워크인 페이스북에 개설된 이벤트 페이지가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면서 참가 희망 인원이 늘었다. 이번 행사에 연대를 나타내는 단체도 증가해 전 세계 30개국 600곳 이상에서 같은 날 개최하는 전례없는 시위로 발전했다.
백악관 앞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은 “우린 여기서 떠나지 않을 거다”라며 백악관을 향해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