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스마트폰 ‘갤럭시S8’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는 배터리 안전 검사를 강화하고, 제품 생산의 전문성과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발견된 문제점을 반영하고 검사를 강화하기 위해 차기작 ‘갤럭시S8’발표를 예년보다 늦추기로 했다. 이에 갤럭시S8은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MWC 2017’에서 공개되지 않는다.
◇갤럭시노트7 발화는 배터리 자체 결함= 삼성전자는 2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갤럭시노트7 소손 원인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어 제품 20만 대, 배터리 3만 개로 진행한 대규모 충ㆍ방전 시험에서 소손 현상을 재현한 결과 갤럭시노트7에 채택된 A배터리와 B배터리에서 각기 다른 원인으로 소손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지난 수개월간 철저한 원인 규명을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제품뿐만 아니라, 각각의 검증 단계와 제조·물류·보관 등 전 공정에서 원점부터 총체적이고 깊이 있는 조사를 실시했다”면서 “대규모의 재현 테스트 설비를 구축해 사용자 조건과 유사한 환경하에서 충·방전 테스트를 통해 소손 현상을 재현, 이를 통해 정확한 분석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소손 원인 조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UL, 익스포넌트(Exponent), TUV 라인란드 등 해외 전문기관에도 독립적인 조사를 맡겼다. 해외 전문기관 역시 제품 소손의 원인으로 배터리를 지목했다. 배터리 외에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제조 공정 및 물류 시스템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 세계 안전 인증분야의 선도 기업인 UL은 갤럭시노트7에 탑재된 A배터리가 배터리 위쪽 코너에 눌림 현상과 얇은 분리막으로 배터리 내부 단락을 발생시키며 소손을 유발했으며, B배터리의 분석 결과 비정상 융착돌기, 절연 테이프 미부착, 얇은 분리막의 조합이 배터리 내부에서 단락을 발생시켰다고 지목했다.
미국 과학기술 분야 분석 전문기관 익스포넌트는 제품 전반에 걸친 상세한 분석 결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석에서는 소손 관련 요인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검인증 기관 TUV 라인란드는 또한 배터리 물류 시스템과 폰 조립 공정 운영에서 배터리의 안전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책임 통감”… 종합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이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안전성을 크게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고동진 사장은 “고객 여러분과 통신 사업자, 유통 거래선, 모든 협력사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객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개발, 제조, 검증 등 모든 프로세스에 대한 종합적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우선 8가지 배터리 검사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안전ㆍ내구성 검사, 외관 검사, X레이 검사, 해체 검사, 누액 감지(TVOC) 검사, 상온의 전압 변화(ΔOCV) 측정 검사, 충ㆍ방전 검사, 제품 출고 전 소비자의 사용 환경을 가정한 가속 시험 등이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해 다중 안전장치를 적용하겠다고 삼성전자는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내부에 배터리를 끼우는 공간을 여유 있게 확보하고, 배터리에 가해지는 외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로 적용하는 동시에 배터리 안전 설계 기준을 높였다. 또 충전 온도와 속도, 전류량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능을 강화했다.
이밖에 핵심 부품의 설계, 검증, 공정 관리를 전담하는 ‘부품 전문팀’을 구성하고 외부 전문가 영입을 확대했다. 제품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문단도 꾸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확인했지만, 배터리 크기와 용량 등 구체적인 사양을 주문한 입장에서 모든 잘못을 협력업체에 돌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고동진 사장은 “배터리 설계와 제조 공정상의 문제점을 제품 출시 전에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를 납품한 협력업체들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갤럭시S8 공개, MWC 이후로= 삼성전자는 차기작‘갤럭시S8’ 안전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갤럭시노트7 단종과 같은 치명적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기존보다 제품 공개 시점도 다소 늦출 예정이다.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S8 공개 일정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며 “우리가 늘 해왔던 MWC에서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이어 “갤럭시노트7 단종 이후 세운 모든 재발 방지 대책을 갤럭시S8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갤럭시노트7으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에게 실망과 불편함을 끼쳐드렸는데, 의미있는 혁신으로 여러분들이 기뻐할 수 있는 갤럭시S8로 다시 찾아뵙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품질과 소비자 안전이 한층 더 높아진 제품을 통해 잃어버렸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자신했다.
다만, 고 사장은 지난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가 출시 일정을 앞당겨서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아이폰보다 빨리 출시해서 시장을 선점하려던 게 아니었느냐는 말이 있었는데, 일정으로 보면 경쟁사를 의식해서 서둘렀다거나 그런건 없었다”며 “예년보다 일주일에서 열흘 가량 빨랐는데, 그 정도는 통상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