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익률 15.88% 양호한 성적…베트남·중국 자본쏠림 현상은 숙제
지난해 2월 도입된 비과세 해외주식 펀드가 출시 1년을 앞두고 있다.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과 달리 비과세 해외 주식형펀드로는 지난 1년간 꾸준히 돈이 들어왔다.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내 자산에 편중된 투자 쏠림 현상을 해소한다는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 1조824억원 판매…해외주식 투자금액 10년만에 최고치 = 비과세 해외 주식형펀드는 해외상장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상품이다. 1인당 3000만 원 한도 내에서 펀드 상품의 매매 평가이익(환차익 포함)에 붙는 15.4%의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이런 세제 혜택 덕에 출시 전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이 컸다. 국내 증권사들은 비과세 해외 주식형펀드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는데, 개수로는 현재 299개다. 지난 2월 29일말 비과세 제도 시행 이후 41개가 새롭게 만들어졌고 나머지는 기존 해외 주식형펀드에 비과세 혜택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지난 1년간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는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의 지난해 2월 29일 출시 이후 판매잔고는 1조824억 원으로 집계됐다. 계좌 수는 모두 26만8764개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전체 해외주식형 공모가 18조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1조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라며 “과거 사례처럼 ‘드라마틱’ 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급격한 쏠림이 없는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의 인기는 국제수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내국인(기관투자자 포함)의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208억5000만 달러로 전년도(163억8300만 달러)에 비해 27.26% 급증했다. 이는 해외투자금액이 급감했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최대치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기류가 확 바뀐 데에는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도입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평균수익률 15.88% ‘양호’…“특정지역 편중은 극복 과제”= 인기만큼 수익률도 양호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펀드평가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현재 운용 중인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의 2015년 3월 2일 이후 올해 2월 10일까지 평균 수익률은 15.88%였다. 전체 299개 펀드 가운데 해당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19개로 전체의 6.3%에 불과했다.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100개 중 94개는 플러스수익을 낸 것이다.
해당 기간 수익률 상위에는 주로 브라질·러시아 관련 펀드가 많았다.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 펀드가 가장 높은 83.68%였고 △KB브라질 82.76% △IBK골드마이닝 73.75% △미래에셋브라질러시아업종대표 73.24% △교보악사파워브라질전환형 63.91% 등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처와 수익률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은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 1407억7300만 원,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 펀드 592억8300만 원의 설정액을 기록하는 등 베트남과 중국 관련 펀드에 몰렸다.
한편,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 기존 해외주식형펀드가 제도 시행 이후 신규 출시된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기존 해외주식형펀드 중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258개 상품의 지난해 3월 이후 평균 수익률은 17.63%로, 신규 출시된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41개 상품의 4.83%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베트남·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에 편중된 상품을 주로 출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신규 펀드 41개 중 17개가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국을 투자대상으로 만들어졌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지리적·경제적으로 인접한 국가에 투자하는 것은 전세계 투자자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캐나다의 해외투자도 미국에 집중된다”며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 밀접한 중국 베트남에 대해 쏠리는 것은 일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과거 사례를 봐도 특정 신흥국에 투자가 쏠린 뒤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있다”며 “(해외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의) 지역에 대한 쏠림은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