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모바일 부진에 작년 10~12월 순익 67% 급감…모토로라 인수가 毒 됐나

세계 최대 PC업체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했던 것이 판단 착오였나. 레노버의 2016 회계연도 3분기(지난해 10~12월) 순이익이 9800만 달러(약 1123억 원)로 전년보다 67% 급감했다고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톰슨로이터 집계 전문가 예상치 1억5950만 달러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도 1년 전의 129억 달러에서 122억 달러로 줄었다. 이에 홍콩증시에서 레노버 주가는 6.7% 급락했다.

레노버는 “회사 핵심사업인 PC 부문은 성장세를 보였으나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리서치업체 IDC에 따르면 레노버는 현재 22.4% 시장 점유율로 세계 1위 PC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문제는 레노버가 신성장동력으로 기대하는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사업이다. 레노버는 2014년 구글로부터 모토로라를, IBM으로부터 저가 서버 사업부를 사들였다. PC시장이 침체하는 상황에서 사업 다각화 필요성이 절실해졌기 때문. 실제로 레노버는 지난 2005년 IBM PC 사업부를 인수해 이를 바탕으로 결국 휴렛팩커드(HP)를 제치고 세계 1위 PC업체로 도약했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에서는 이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다. 한때 레노버는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화웨이와 더불어 양대 산맥이었지만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신흥 강자들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데이터센터 사업도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중국과 북미에서 데이터센터 영업인력을 늘리는 한편 빠르게 성장하는 인터넷 기업과 기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수요를 노렸지만 경쟁이 치열해 사업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양 회장은 “우리는 현재 팔 수 있지만 돈을 벌지는 못하는 상태”라며 “사업모델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에 대한 양 회장의 전망은 엇갈렸다. 그는 “스마트폰 사업은 올해 말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데이터센터는 경쟁 격화로 적어도 내년까지 적자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조업체의 생산기지 자국 이전을 촉구하는 것과 관련해 양 회장은 “아직 미국에서 생산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며 “그러나 레노버는 서로 다른 시장에서 공장을 운영한 풍부한 경험이 있고 베이징에서 설립했지만 제2본사는 현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모리스빌에 있다. 우리는 미국 정책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