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퍼스트”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지난 4주간 미국 반(反)이민 행정명령에서부터 언론사와의 전쟁, 러시아 내통 의혹에 최측근 인사 마이클 플린 사임에 이르기까지 대형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백악관은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워싱턴발 카오스’의 영향권에 뉴욕 증시는 없었다. 뉴욕 3대 증시는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현재까지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는 등 흔들림 없이 ‘트럼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S&P500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10% 가까이 올랐으며 같은 기간 나스닥과 다우지수도 12% 안팎의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S&P500지수의 경우 16일 종가 기준으로 2007년 10월 기록한 최고치를 50% 웃돌았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국민이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트럼프의 존재만으로도 금융시장에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s)’이 확산됐다고 평가했다. 애니멀 스피릿은 ‘가만히 있기보다는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충동’을 뜻하는 경제이론이다. 즉 트럼프의 경제 공약 자체만으로도 투자 결정에 적극 나서도록 투자자들에게 충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취임 후 각종 정치적 논란과 비난이 거세긴 했지만, 투자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프랭크 헤네시 프라이머플래닝그룹 이사는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고는 있지만 정작 투자할 때는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전혀 다른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웰스파고 프라이빗뱅크의 에릭 데이비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대선 이후 투자자들이 과거보다 훨씬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플로리다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취임 1개월간의 성과를 과시했다. 그는 “취임 1개월 만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놀라운 진전을 이뤄냈다”면서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완화하고 수백만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들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쉽게 하고 해외에서는 어렵게 만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전 세계를 혼란에 몰아넣은 것은 아랑곳없이 자신의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