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회 “아이들 건강권 우선” 조례 제정하자 미래부 “전파법 따라 엄격 관리”무효소송
행정부와 광역지방자치단체 의회가 휴대폰 기지국 설치를 두고 법정 다툼까지 가면서 논란이 거세다. 경기도의회는 ‘전자파 취약계층 보호조례’를 앞세워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 기지국 설치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주관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경기도의회의 이 같은 조례를 두고 대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의회는 미래부 장관이 직권을 남용하여 소송을 냈다며 형사 고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 치 양보 없이 평행선을 이어가는 이들의 입장을 모두 들었다. 서로 각각의 취지는 공감하되, 궁극점은 극명하게 달랐다. 미래부는 관련부처 고유권한을 강조하면서 과학적인 근거와 타당성, 합리적 이해관계를 들어 기지국 설치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기도의회는 전자파의 유해성과 ‘영유아 보호’라는 조례의 근본 바탕을 앞세워 미래부와 소송전에 나서고 있다.
◇미래부 “상위법인 전파법이 우선, 정당한 국가사무” = 미래부는 지난해 11월 교육부와 미래부 장관 명의로 경기도의회의 ‘전자파취약계층 보호조례’의 무효확인 소송을 대법원에 냈다. 당시 미래부는 “전자파로부터 인체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은 미래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기지국 설치가 전파법에 따른 미래부 고유의 ‘국가 사무’라는 말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 의결기관(경기도의회)이 조례를 통해 정할 수 있는 자치 사무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를 들어 ‘조례의 위법성’도 강조했다. 나아가 통신 기지국 설치는 특정 광역지자체에 국한돼 다룰 영역이 아닌, 전국적인 통일 사항이라는 의미도 내비쳤다.
경기도의회가 주장하고 있는 전자파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학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정영길 미래부 전파기반과장은 “통신 기지국 설치에 따른 유해 전자파는 전파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경기)도의회가 의결한 ‘취약계층 보호조례’의 근본 취지는 인정하지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보호수단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WHO는 4w/㎏(체중 1㎏당 4와트 전자파 흡수)을 인체 유해성 기준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기준을 50분의 1로 축소한 안전계수를 둬 0.08w/㎏로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하고 있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경기도의회 “아이들의 건강 법과 논리로 타협할 수 없는 문제”= 이재준 경기도의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는 교육감이 도내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전자파 안심 지대로 지정해 이동통신 기지국 설치를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재준 의원은 “미래부가 기지국을 설치한 뒤 전자파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미국은 고압선 300m 이내에 학교를 짓지 못하게 하고 있다. 고압선 주변에 주거하고 있는 아이들이 암에 걸린다는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거주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이유다. 이 의원은 “미국에서도 고압선 주변 일시 거주는 허용하지만 온종일 체류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거주를 금지했으며, 2011년 우리나라에서도 전자파가 2B 물질로 판명되며 위험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기지국 설치가 미래부 고유권한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아이들의 건강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래부가 기지국을 설치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이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때 성립하는 것”이라며 “자기결정권이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들은 뇌가 완전히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전자파는 뇌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아이들만 오는 곳이기 때문에 이들의 건강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UN 안보협약에 따라 행정 당국은 아이들의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아이들의 건강이 우선이고 어떤 이해관계도 타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