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소비재 규제 장벽과 달리 제조설비엔 관대
한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규제 강화 속에서도 제조시설 기반 기업들의 승승장구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소비재 판매에 대해선 강력하게 규제하면서도, 기업들의 제조기반 설비 수입에는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자국 내 기술력을 끌어올려는 조치라는 분석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설비기업 DMS는 사드 배치로 중국의 보복 조치가 점화됐던 지난해 4분기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에 총 810억 원 규모의 설비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
DMS는 BOE에 디스플레이 제조용 공정장비를 108억 원(10월31일), 254억 원(10월31일), 226억 원(11월 4일), 222억 원(11월 10일) 공급한다고 공시했다.
계속되는 중국기업으로의 수주가 이어짐에 따라 DMS 매출액은 지난해 연결기준 2489억 원으로 전년대비 37.6%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332억 원으로 106.1% 늘었다. 중국 BOE 공급 물량이 한해 매출의 30% 육박할 정도로 성장한 게 주효했다.
디스플레이 장비기업 에스에프에이는 올해 1월 2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로욜(Royole)과 653억원 규모로 장비를 공급키로 구매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에스에프에이는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100%를 넘었다. 매출액은 1조3197억 원으로 전년대비 15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08억 원으로 108% 늘었다.
AP시스템도 지난 1월 중국 윈구테크놀로지(Yungu technology)와 956억 원 규모의 OLED 제조장비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 이는 2015년 매출의 20%가 넘는다.
이에 따라 매출액은 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66% 늘었다.
관계자들은 중국이 화장품과 의약품 등 소비재에는 강력한 규제장벽을 치면서도, 생산재 수입은 증가를 방관하는 전략의 배경에 기술 도입 의지가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의 디스플레이, 반도체, 2차전지 기술력은 과거 기술을 선도했던 일본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지만, 가격 면에선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도체 제조설비기업 한 관계자는 "아직 우리나라 설비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당히 좋은 수준"이라면서도 "중국이 빠르게 기술력을 높이고 있어 몇 년 후에도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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