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에 목매는 사천시 부동산 시장

입력 2017-03-13 15:40수정 2017-03-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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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고등 훈련기 제조 사업 수주가 관건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경남 사천시는 한국우주항공산업(KAI)과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공동 추진하는 미 공군 노후 훈련기 교체사업(T-X) 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는 사천의 도시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항공산업이 잘 돌아가면 주변에 관련 협력 단지도 대거 생겨나 고용 인구가 많이 늘어날 게고 이로 인해 소비 수요 또한 증가해 지역 경제에 선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당연히 부동산 시장도 좋아진다.

T-X사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엄청난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1차로 공군 내 노후 훈련기 350대를 새로운 기종으로 바꾼 다음 점차적으로 해군의 낡은 훈련기와 가상 적기 등 총 1000대에 이르는 기종을 교체하는 것이다. 금액으로 치면 200억 달러 규모다.

이 사업을 수주할 경우 KAI가 맡게 될 부품 생산 물량이 엄청나 이에 따른 대량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소리다.

T-X사업을 맡게 될 업체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올해 12월쯤 보잉 컨소시엄과 KAIㆍ록히드 컨소시엄 중에서 최종 승자가 나올 전망이다.

그동안 KAI는 T-X 사업 선정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록히드와 공동 개발한 고등 훈련기 T-50을 시험 운항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사천시 주민들은 올해 말 예정돼 있는 T-X 사업 최종 입찰에 KAI 컨소시엄이 낙찰되기를 간절하게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탄생되면서 변수가 생겼다. 미국 국익우선 정책 때문이다.

설령 KAI컨소시엄이 T-X사업을 맡게 되더라도 한국에 돌아오는 부가가치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가 자기 나라에 쓸 물건은 미국에서 만들라고 요구하면 KAI가 생산할 부품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T-X사업을 수주할 경우 얻는 이득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트럼프 정부의 입김에 따라 부가가치가 확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이다.

kAI측은 트럼프 정부가 압박을 가하더라도 록히드와의 협상 등으로 인해 한국이 담당하게 될 물량은 별로 줄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KAI는 T-X사업을 맡게 되면 우방 국가에도 수출의 길이 열려 20~30년 간 연간 36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천시도 KAI의 T-X사업 추진 등과 관련해 항공산업국가산업단지·항공우주특화단지·항공MRO 및 생산단지·종포일반산업단지·송포도시첨단산업단지와 같은 대규모 항공 관련 산업단지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입장이다. 관련 사업들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2016년 현재 11만8000명 수준의 인구가 2030년에는 25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어떨게 될까.

요즘 T-X사업과 한국형 전투기 생산사업에 필요한 록히드 기술진이 속속 사천 KAI 현장으로 유입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좋아졌다.

현재 80여 명의 록히드 기술 인력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앞으로 T-X사업을 수주할 경우 그 숫자는 수백명으로 불어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다른 생산 인력 증가도 그렇지만 외국 기술자가 대거 유입되면 부동산 시장은 큰 이변이 없는 한

호전 국면을 맞게 된다. 고급 주택 수요가 늘어나서 그렇다.

지금 사천에 근무하는 외국 기술자 중에서 학생 자녀가 있는 경우 주로 외국인 학교가 있는 KAI 근처 아파트 거주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고급 기술진은 50평형 대 아파트를 찾는 편이고 일반 기술자는 40평형 대에 거주한다.

임대료는 56평형의 경우 월 220만~260만원 수준이고 39평형은 180만원, 34평형은 150만원 선이다. 임대료는 임대기간 동안의 전체 금액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구조다.

외국 기술자 유입을 감안해서인지 곳곳에 아파트 분양 일정이 잡혀있다. 지난해 KAI 주변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불티나게 팔렸다. 외국인 기술자나 KAI 근무자를 겨냥해 임대사업을 벌이기 위해 집을

구매한 투자 수요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기존 아파트값도 많이 올랐다. 분양가에 비해 적게는 4000만원, 많게는 9000만원 가량 올랐다. 입주 4년 차인 엘크루아파트 34평형의 시세는 2억4000만~2억8000만원 수준이고 39평형은 2억9000만~3억원이다.

KAI가 T-X사업을 수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사천 부동산 시장은 가파른 상승세를 탈 게 분명하다.

KAI 홍보실 관계자는 "T-X사업이 아니더라도 한국형 전투기사업 등 현재 수주 물량이 많아 계속 고용인력을 늘려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한다.

T-X사업 수주에 실패하든, 트럼프 정부가 자국 이익주의를 표방하든 KAI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정말 그렇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사천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온기가 도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진주시로 주택수요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KAI의 고용 인력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천시 인구는 2013년을 정점으로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 이런 형국은 지속될 것 같아 재주는 사천이 부리고 돈은 진주가 벌게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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