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결국 바뀌었다. 담당 재판장이 ‘비선실세’ 최순실(61) 씨 후견인의 사위라는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만이다.
서울중앙지법은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사건을 기존의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 부장판사)에서 부패전담 재판부인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로 재배당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 부장판사는 직접 재배당을 요청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 부장판사는 언론 보도 이전에는 장인이 최 씨 일가와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면서도 "재판의 공정성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생긴다면 재배당을 요청하는 게 합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법원 예규는 사건을 처리하기 곤란한 사유가 있을 때 재판장이 직접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인 17일 오전 tbs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최 씨의 후견인 역할을 담당했던 사람의 사위가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뇌물죄를 심리하는 담당 판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법원 측은 즉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 부장판사의 장인인 임정평(77) 단국대 법과대학 명예교수는 1980년대 정수장학회 이사를 지냈다. 임 교수는 이 때 최 씨의 아버지인 최태민 씨를 만났다. 최 씨가 독일에 갈 때 지인에게 최 씨를 소개해준 사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임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 사망 뒤 정수장학회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최태민 씨 일가 사람들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고 했다. 특히 최 씨 일가의 후견인 역할을 한 바는 전혀 없다는 게 법원 측 설명이다.
이 부회장 사건은 공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재판부가 두 차례 바뀌게 됐다. 앞서 사건은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에 배당됐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1차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 부장판사가 재배당을 요청해 형사33부로 재배당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