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7조의 대우조선, 6000억의 한진해운

입력 2017-04-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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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대우조선해양이 3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재무제표(財務諸表)에 대한 감사 의견으로 ‘한정’을 받았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미 지난해 7월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에서, 상반기에도 감사 의견이 좋지 않게 나올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약 한 달 전 상장폐지된 한진해운과 ‘오버랩’된다. 한때 ‘정부 지원 형평성’이라는 도마 위에 올랐던 두 회사 모두의 운명이 결국 증시에서 사라지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진 현실이 돼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정부에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렇게 무너질 가능성이 높았던 대우조선해양에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쏟아부었던 반면, 한진해운에는 왜 그토록 엄격했는지 말이다. 같은 뱃속에서 태어난 형제가 자라 차별 대우를 받았다며 부모에게 철없이 하소연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대우조선해양 지원 규모의 딱 10분의 1만 지원해 줬어도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은 지금도 전 세계 바다를 누비고 있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정부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신규 자금 약 2조9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추가 지원 계획을 언급, 또 한 번 형평성 논란을 수면 위로 올렸다. 정부와 채권단이 2015년 7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추가 지원은 없다”고 한 약속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지원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도 채무조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부’이다. 이게 왜 논란이 될까. 설명하자면 조건이라는 것이 “만기를 늦추고, 빚을 주식으로 바꾸면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사실상 2조9000억 원보다도 훨씬 더 많은 규모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달리 말해, 이는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면 한진해운은 어땠나. 조 단위도 아닌 6000억 원 지원에 대해 채권단의 ‘불가’ 결정이 내려지면서 결국 파산하지 않았는가.

물론 정부는 해명한다. 두 회사의 지원 규모가 달랐던 것은 파산 후 경제 손실 규모와 없어지는 일자리 수가 엄청나게 차이 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 말은 맞다. 대우조선해양이 파산할 경우 국가 경제가 입을 피해는 57조 원으로 추정되며, 4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한진해운의 경우 손실 규모 1년 기준 17조 원, 근로자 수 2300여 명이어서 대우조선해양과 직접적인 비교가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는 보이지 않는 ‘가치’에 중점을 두고 좀 더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어땠을까. 40여 년에 이르는 네트워크와 영업력, 국내 1위는 물론 세계 7위라는 위상을 자랑했던 한진해운이다.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간산업(基幹産業)에 해운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진해운이 무너짐으로 전 세계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금융당국의 무심함이 서운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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