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고장이 난걸까?’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타자마자 난관에 봉착했다.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 버튼을 수차례 눌렀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았던 것. 혹시 몰라 가속 페달을 살짝 밟자 차량에 미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차량의 남다른 정숙성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고 착각한 것이다.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까지 약 80km구간을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타고 봄을 만끽해봤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터라 우천 상황에서 차량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현대차는 이 차량의 배터리 용량을 이전 모델(HG)의 1.43㎾에서 1.76㎾로 늘렸고, 전기모터 최대 출력도 35㎾에서 38㎾로 높였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외관은 기존 그랜저IG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휠 디자인과 하이브리드(Hydrid)라는 영문 각인을 새겨넣은 것 빼고는 기존 그랜저IG와 동일하다. 실내에는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을 달고, 최고급 전 세계 자동차 최초로 코르크 가니쉬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다만 내비게이션 옆에 달린 아날로그 시계 대신 내비게이션의 크기를 조금 더 키웠다면 편리했을 것 같다.
자유로에 진입하기 전 도심의 저속구간에서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배터리에만 의존하는 전기차(EV) 모드가 작동됐다. 이때 엔진의 개입이 되지 않아 일체의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가솔린 엔진이 언제 작동하는지 시험하기 위해 자유로에서 가속 페달을 세게 밟았다. 시속 110km쯤 다다랐을 때 엔진음이 서서히 들리기 시작했다. 배기량 2359CC의 가솔린 엔진이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이브리드 차량답게 연비도 우수했다. 차량을 에코 모드로 설정한 뒤 약 40km를 주행한 결과 실제 연비 17.2km/ℓl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밝힌 공인 연비 16.2km/ℓ를 웃돈 것. 에코 모드로 설정한 뒤 연비 운전을 하자 생각보다 높은 연비를 자랑했다. 하지만 동승자가 스포츠 모드로 주행을 하자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 수치가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차선이탈 방지시스템의 성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와이퍼를 가장 빠르게 작동시켜야 할 정도로 비가 내렸지만, 이 시스템은 오작동 없이 운전자의 차선을 잡아줬다. 비 때문에 차선이 운전자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오히려 차량이 차선을 인지해 벗어나지 않도록 인도해줬다.
가격은 3683만~4113만 원이다. 프리미엄 트림의 경우 기존 모델보다 26만 원 저렴하게 책정했다. 하이브리드 세제 혜택을 받으면 3540만~3970만 원까지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