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고 재벌개혁…공정 경쟁에 초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핵심 키워드는 ‘공정경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건강한 시장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경쟁 생태계를 만들고, 그 토대 위에 창업을 활성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공정한 제도’를 통한 중소기업 성장을 꾀하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2014년 ‘공정성장론’과 2012년 ‘두바퀴 경제론’과 맞닿아 있다.
안 후보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을 없애고, 대기업에 편중된 산업정책 무게추의 균형을 맞춰 작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연장선상에서 ‘중소기업부’ 신설안도 공개했다. 벤처기업이 중소기업 - 중견기업 - 대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안 후보의 공정경제론은 분배의 불평등 문제를 직접 다루기보다 시장 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 후보는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 강화를 주장했다. 그가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정거래위원회 독립성 강화다. 안 후보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질서의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위상을 과거 ‘경제검찰’ 수준으로 확대시키면 재벌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시장 투명성이 제고돼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된다는 것이다. 공정위 상임위원 수를 5명에서 7명으로, 상임위원 임기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한편 회의록을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또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벌칙 규정도 신설했다.
재벌개혁 방안으로는 ‘비리 기업인 사면 불가’ 방침을 세웠다. 또한 횡령·배임 등 범죄 형량을 강화해 집행유예를 피해가지 못하도록 하고, 비리 기업인을 경영에서 배제하는 이사자격제한 규제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적용해 소비자집단소송제와 이익공유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이 밖에도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요건 강화, 공익법인을 통한 총수 일가의 지배권 강화 방지를, 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견제 기능 강화를 위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위한 관련 법령 정비, CEO 승계 시스템 마련 등을 공약했다.
안 후보는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금융감독체계 도입 방안도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안을 보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계열사 간 출자를 적격자본에서 공제하는 그룹 자본적정성 평가시스템 시행 △그룹 전체의 위험관리 및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시스템 점진적 도입 등을 내놨다.
그는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사와 삼성전자 등 제조업 계열사가 있는데, 그것을 통합해서 감독 체계를 마련하고 그 과정에서 금융사의 건전성이나 자본에 대한 적정한 계열사 투자 관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자 증세도 빼놓을 수 없다. 안 후보는 기본적으로 비과세·세금 감면을 통해 법인세 실효세율을 인상하는 데 동의한다. 그는 “법인세 실효세율을 올리고 누진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공정경제를 외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안 후보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포스코의 사외이사로 재직했고, 2010년부터 2011년까지는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재임 당시 포스코 주가가 절반으로 곤두박질한 데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안 후보의 당시 행적이 지금 안 후보가 말하는 공정경제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