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사장 ‘3세 경영’ 돌입 속 조현민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로
‘땅콩회항’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한진그룹 삼남매의 위상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둘째 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핵심 계열사 대표에 오르면서 경영 전면에 나선 반면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복귀는 요원해지고 있다.
한진칼의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데이빗 페이시를 각자 대표 이사로 선임했다고 11일 밝혔다. 칼호텔네트워크는 하얏트 인천, 제주 KAL 호텔, 서귀포 KAL 호텔 등 한진그룹 내 호텔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호텔 사업은 그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총괄하며 공들였던 부문이다. 그러나 2014년 구속기소된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지만 검찰이 상고한 상태다. 최종 판결은 2년 가까이 계류 중으로, 형사 피고인 신분인 조 전 부사장이 아직은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조 전 부사장의 공백기 동안 동생들인 조원태·현민 남매의 입지는 커지고 있다. 조원태 사장은 올해 초 대한항공 사장에 올랐고, 조현민 전무도 대표이사로 지위가 격상됐다.
특히 대한항공의 미국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HIC)은 오는 6월 LA 윌셔그랜드 호텔 개장을 앞두고 있다. LA윌셔그랜드 호텔 재개장은 올해 한진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다. 조현민 전무가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로 선임된 것은 호텔 사업에 대한 조 회장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조원태 사장의 경영 보폭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조 사장은 ‘땅콩회항’ 사건이 있기 전까지 대한항공에서 경영전략과 영업부문을 맡았다. 그러나 사건 이후 조 전 부사장이 담당했던 객실 서비스와 기내식 등 전 부문을 관할하는 총괄 부사장으로 선임된 뒤 올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앞서 계열사인 진에어 대표로 선임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오너 리스크가 가장 큰 문제”라며 “조현아 전 부사장의 행보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