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일대일로’로 ‘중국몽’에 한걸음 더 다가설까

입력 2017-05-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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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14~15일 28개국 정상 참석한 가운데 일대일로 국제포럼 개최…약한 정치적 포용력·일방적 무역 등 문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20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방문 중 국빈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르샤바/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야망을 본격적으로 펼친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와 유럽을 육상과 해상에서 연결하면서 인프라 투자와 무역 금융 문화 교류 등을 통해 거대한 경제벨트를 조성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중국 정부는 14~15일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국제포럼을 개최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전 세계 28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성대한 잔치를 열고 시 주석이 직접 일대일로 청사진을 설명할 계획이다.

일대일로는 시진핑이 2012년 11월 중국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면서 밝힌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인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으로도 간주되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몽을 주창하지 1년 만에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순방길에서 최초로 일대일로 구상을 공개했다.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회장인 외르크 부트케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1000년 전 세워졌던 실크로드는 영토확장과 문화적 패권주의, 경제력이 절정에 달했던 당나라 시기의 중국 황금기를 뒷받침했다”며 “시진핑 주석은 이달 초호화 국제포럼을 통해 실크로드를 재창조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소개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현지시간)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을 추진해 특히 동남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건설 등 인프라 건설이라는 실리를 제공하는 대가로 외교와 안보에서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게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의 왕이웨이 교수는 “인도네시아 고속철 사업 자체로는 큰 돈을 벌지 못한다. 중국이 대부분 자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리스크도 크다”며 “그러나 중국은 이번 프로젝트를 바다 실크로드의 중심 사업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중앙 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는 육로와 동남아에서 인도 중동 아프리카를 거치는 해로, 두 가지 경로 중 특히 바닷길을 중시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에너지 안보다.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80%가 말레이시아 반도와 수마트라 섬 사이의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일대일로를 통해 동남아에서 발언권을 확대해 미국의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중국의 장기전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구체적 투자계획이 부재한다는 문제점을 제외하더라도 중국의 약한 정치적 포용력과 일방적 무역 등의 문제로 일대일로의 야망이 실현될지는 불확실하다고 꼬집었다. 동남아 국가들은 경제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지면 외교·안보에서 끌려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일대일로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 주한미군이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인해 중국 내 자동차 판매와 한국 방문 여행객 급감 등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남아가 비슷한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은 크다.

또 부트케 회장은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를 예로 들면서 “중국 충칭을 출발해 독일에 도착하는 화물열차는 매주 다섯 개가 꽉찬 상태이지만 돌아올 때는 한 대 만이 그렇다”며 “무역이 일방향이 아니라 양방향이 돼야 일대일로의 새 무역경로가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하고 정치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은 매일 중국으로부터 10억 유로(약 1조2315억 원)에 달하는 상품을 수입하고 있지만 중국의 대유럽 수입량은 절반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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