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라이벌 삼성전자와 애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역할을 할 반도체 개발 경쟁을 벌인다.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 신성장 산업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법인(SSI)는 이달 중순부터 GPU(그래픽처리장치) 설계 등 관련 분야 우수 인재 채용에 나섰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포함한 10여개 분야에서 다양한 인재를 모집한다. 새로 채용된 인력들은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법인 본사가 위치한 산호세 와 오스틴 공장 등에서 차세대 GPU를 위한 팀을 구성할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측은 자체 GPU 개발에 대해서 부인했지만, 업계는 이미 몇년 전부터 삼성전자가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허 문제 등 극복해야할 과제가 있지만 GPU 위탁생산을 통해 내공을 쌓으며 차근차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향후 자체 GPU를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GPU는 3D 그래픽 등 복잡한 연산을 위해 개발된 전용 칩으로 지난해 이세돌 9단에 이어 최근 중국 커제 9단을 이긴 ‘알파고’의 핵심이다. 알파고 개발총책임자인 데이비드 실버 교수가 “알파고의 브레인은 GPU”라고 말할 정도다.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GPU의 역할이 클 전망이다.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예상해 소프트웨어에 미리 입력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GPU를 활용한 딥러닝이 현재로서는 자율주행차의 유일한 대안이다.
애플 역시 최근 아이폰용 GPU 공급사와 계약을 중단하며 GPU 자체 개발에 나섰다. 애플 CFO는 “우리가 프로세서나 센서를 자체 개발 한 것처럼 GPU 제작으로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GPU가 필수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나갈 도약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이후 펼쳐질 인공지능ㆍ자율주행차 분야 등에서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의 두뇌역할을 하는 모바일AP를 자체 보유하고 있다. 향후 모바일AP와 자체 GPU가 결합한다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GPU가 활용될 자율주행차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다시 한번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8나노에서 4나노까지 광범위한 미세공정 로드맵과 FD-SOI 솔루션 등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발표했다. 지난 12일 삼성전자 DS부문 조직개편에서 ‘파운드리 사업부’ 출범을 공식 선언한 이후 처음 열린 행사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선 GPU를 비롯한 다양한 시스템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고, 파운드리사업부에선 고객사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투트랙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