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그림자금융 단속에 주식ㆍ채권시장 흔들려

▲중국 CSI300은행업종지수 추이. ※ 2월 23일 궈슈칭이 은감회 주석으로 취임.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중국 정부가 금융시스템에 리스크로 부각된 9조4000억 달러(약 1564조 원) 규모 그림자금융 단속에 나서면서 증시와 채권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당국의 단속 강화에 중국증시에서 은행들의 시가총액이 2개월 만에 380억 달러 증발했다고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궈슈칭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 주석은 그림자금융 팽창의 주범으로 꼽히는 자산관리상품(WMP)에 대해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은감회는 지난달 WMP와 여기에 자금조달원 역할을 하는 은행간 대출시장을 규제하는 7개 지침을 내렸다. 시중은행이 차입금을 사용해 WMP에 투자하는 추세를 막으려는 것이 규제 핵심이다. WMP는 은행의 재무제표에는 잡히지 않기 때문에 그림자금융 리스크를 고조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CBRC는 이달 은행들이 WMP에 대해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은감회의 이런 움직임을 강력한 ‘규제 폭풍’이라고 묘사했다.

이에 궈슈칭 주석이 취임한 지난 2월 말 이후 상하이증시 CSI300은행업종지수는 10% 가까이 하락했다. 에버브라이트은행과 중국민생은행 등 그림자 금융에 집중적으로 관여한 은행 주가는 더욱 가파르게 떨어졌다고 FT는 전했다.

중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주가 폭락으로 전체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지난 2015년 8월 이후 2년 만에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 다국적 은행 아시아 증권 부문 대표는 “중국 금융당국이 그리자금융 활동 중 일부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점은 매우 분명하다”며 “많은 투자자로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문의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그림자은행 규모는 64조5000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약 20% 성장했다. 무디스는 그림자금융의 양대 기둥인 위탁 대출과 신탁상품 성장세가 지난해 말 잠시 주춤했다가 올해 1분기 다시 가속했다고 분석했다.

케빈 라이 다이와캐피털마켓 일본 제외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림자금융 단속은 금융 부문 전반에 걸쳐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책 중 일부분”이라며 “시 주석은 부의 불평등을 극대화시키는 금융시스템의 불균형 근절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